미국이 디젤 수출을 금지하면 디젤뿐 아니라 휘발유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젤 재고가 쌓여 정유사가 원유 처리량을 줄이면 휘발유 생산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23일 메모에서 디젤 수출이 막히면 정유시설의 저장 공간이 수 주 안에 부족해져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내용은 OilPrice.com이 전했다.
미국 정규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9월 23일 갤런당 4.4744달러(약 6108원)였다. 한 달 전 4.0991달러(약 5595원), 1년 전 3.1634달러(약 4318원)보다 높았다.
같은 날 디젤 가격은 갤런당 6.5217달러(약 8902원)로 집계됐다. 9월 22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6.5276달러(약 891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9월 24일 최신 집계에서 정규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4.4825달러(약 6120원), 디젤 가격을 6.5141달러(약 8892원)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 분석의 핵심은 정유시설의 공동 생산 구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정유시설이 원유 42갤런을 처리할 때 평균적으로 휘발유 19~20갤런과 디젤을 포함한 증류연료 11~13갤런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원유를 투입하면 특정 연료만 선택적으로 생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디젤 수출이 막혀 재고가 쌓이면 정유사는 디젤 생산만 줄이기보다 원유 투입량과 전체 가동률을 낮출 수 있다.
게이트닷컴은 모건스탠리 분석을 재전달하며 정유 처리량이 하루 약 200만 배럴, 휘발유 공급이 하루 약 65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는 조건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 메모 원문과 세부 모델은 공개되지 않아 해당 수치는 확정 전망이 아닌 조건부 시나리오로 봐야 한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23일 “디젤 수출을 금지하는 단순한 수단은 확실히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 디젤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전면 금지 대신 수출 흐름을 조정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 석유·정유·제조업계 30여 단체도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젤 등 연료 수출 제한을 거부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수출 제한이 연료 생산 감소와 공급 축소, 가계·농가·운송업체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미국 걸프 연안 정유시설이 해당 지역 소비량보다 많은 디젤을 생산해 수출 통로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출 제한이 시행되면 디젤뿐 아니라 휘발유와 항공유 생산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 글로벌은 수출 금지 시 미국 내 디젤 초과 물량이 하루 약 150만 배럴에 이를 수 있으며, 정유사들이 원유 처리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와 분석 방향은 같지만 제시한 수치는 다르다.
앞서 국내에서도 미국 행정부가 디젤 수출 금지의 전면·부분 방안과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논의는 미 행정부가 디젤 수출 금지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앞선 보도의 후속 흐름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디젤 수출 제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백악관이 실제 금지 조치를 확정했다는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책은 검토 단계이며, 제한 대상과 기간, 예외 조항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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