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4조달러를 웃도는 외환 관련 금융 의무 가운데 1조4000억달러가 위험 완화 장치 없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결제 위험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글로벌 외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위험 노출액은 여전히 큰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5일 공개한 ‘BIS Quarterly Review, June 2026’에서 2025년 4월 외환시장 조사와 2025년 말 기준 중앙은행 운용 체계 자료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체계와 외환 결제 위험이 금융시장 유동성과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다뤘다.
BIS 조사에서 2025년 4월 외환 관련 금융 의무는 하루 평균 14조달러를 웃돌았다. 이 가운데 36%인 5조2000억달러는 지급 대 지급(PvP) 방식으로 처리됐다. PvP는 한 통화의 지급이 이뤄질 때만 다른 통화의 지급이 완료되도록 해 외환 결제 위험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전체 결제액의 54%인 약 7조6000억달러는 기업집단 내부 결제와 사전 결제 상계 등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처리됐다. 나머지 10%인 1조4000억달러(약 1904조원)는 위험 완화 장치가 없는 총액 양자 결제로 처리돼 거래 금액 전체가 결제 위험에 노출됐다. BIS는 외환 결제 위험을 줄이는 방식과 위험 노출 규모를 함께 제시했다.
결제 위험 노출 비중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총액 양자 결제 비중은 2006년 32%에서 2025년 15%로 하락했다. PvP 비중은 같은 기간 54%에서 56%로 소폭 늘었고, 사전 결제 상계 비중은 12%에서 23%로 높아졌다.
2025년 조사에서는 결제 실패도 처음 집계됐다. 결제 실패는 2025년 4월 중 결제 예정이었지만 월말까지 처리되지 않은 거래를 뜻한다. 전체 총 금융 의무의 0.01%가 결제 실패로 남았고, 보고 딜러의 결제 실패액은 1억2100만달러(약 1645억6000만원), 비보고 금융기관과의 결제 실패액은 14억달러(약 1조9040억원)였다.
BIS는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한 스마트계약형 서비스가 기존 PvP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쪽 당사자가 모두 지급한 경우에만 결제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BIS 혁신허브는 주라(Jura), 마리아나(Mariana), 리알토(Rialto), 아고라(Agorá)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해법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커졌던 주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고 비은행금융기관(NBFI)의 금융시장 비중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은 대출 시설과 공개시장운영(OMO)의 거래 상대방, 담보 범위, 가격 책정, 공시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BIS는 중앙은행 대출 운용을 통화정책 실행·전파, 금융안정, 지급결제 시스템 지원이라는 세 가지 기능으로 분류했다.
은행은 거의 모든 관할권에서 중앙은행 대출의 거래 상대방으로 인정됐다. 반면 NBFI의 접근 범위는 관할권과 기관 유형에 따라 제한됐다. 국내 정부채는 대부분 담보로 인정됐지만 민간부문 자산과 외국 발행 자산의 인정 여부는 운용 목적에 따라 달랐다.
BIS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면 금융시스템의 자금 경색을 완화할 수 있지만 NBFI에 대한 신용위험과 담보 관리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금리를 낮추면 유동성 사용을 유도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 대출이 민간시장 자금 조달을 대체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민석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