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상승하면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의 9월 금리 동결·인상 가능성이 모두 남았다. 7월 전월 상승률 0.1%보다 오름폭이 커져 물가 둔화와 재가속 우려가 함께 나타났다.
월러 이사는 9월 3일 워싱턴에서 열린 로이터 넥스트 인터뷰에서 “최근 자료는 마침내 디스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2% 목표를 향한 진전이 이어진다면 현재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개인 견해이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체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연설문
월러 이사는 8월 물가 지표에서 개선세가 일시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면 9월 15~16일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결정의 기준을 물가 흐름에 두면서 동결과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셈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8월 CPI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은 한 달 동안 3.9% 올라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물가의 월간 상승폭은 커졌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은 낮아져 8월 CPI만으로 월러 이사의 최종 입장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노동통계국 CPI 발표
월러 이사는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2026년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율 1.8%로 제시했고, 소비와 기업 투자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실질 민간 국내 최종구매는 상반기에 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질 GDP는 2%를 조금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 창출은 7월까지 월평균 6만명 증가했고 7월 실업률은 4.1%였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와 기술 투자가 GDP를 부풀린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AI 투자는 GDP의 정당한 구성 요소이며 기술 구축이 정점을 지난 뒤에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 직후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확률이 약 65%에서 50 대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후 8월 CPI 발표를 앞두고 인상 확률은 약 70%까지 다시 올랐다. 앞서 7월 CPI 둔화 뒤 9월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졌던 흐름과 비교하면, 시장이 새 물가 지표에 따라 금리 경로를 다시 조정한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변동이 나타났다. 비트코인(BTC)은 월러 이사의 발언 직후 8만달러를 회복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8월 CPI 발표를 앞두고 7만7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9월 11일 기준 비트코인은 약 7만6500~7만7000달러 구간에서 거래됐고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1억2000만달러(약 1632억원)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엘 크루거(Joel Kruger) LMAX그룹 시장전략가는 “시장은 이미 더 매파적인 연준과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월러 이사의 조건부 발언보다 이후 물가 지표와 FOMC의 최종 결정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연준은 7월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9월 FOMC는 15~16일 열릴 예정이며 최종 금리 결정과 월러 이사의 실제 투표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서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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