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의 하이퍼리퀴드 무기한 선물 미결제약정이 비트코인(BTC)을 일시적으로 앞섰다. 다만 집계 시점에 따라 순위가 바뀌어 이번 역전만으로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결제약정은 아직 청산되지 않은 파생상품 계약의 규모를 뜻한다. 일정 기간 체결된 거래량이 아니라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포지션을 보여주는 지표다.
Crypto Briefing은 9월 29일 하이퍼리퀴드의 이더리움 미결제약정을 약 30억2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 비트코인을 약 28억달러(약 3조8000억원)로 집계했다. 같은 하이퍼리퀴드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외부 집계에서도 이더리움 우위가 나타났다.
CryptoDataAPI는 이더리움 미결제약정을 30억2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 비트코인을 29억3000만달러(약 3조9800억원)로 제시했다. TRdesk는 각각 30억2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와 29억1000만달러(약 3조9500억원)로 집계했다.
반대 결과도 있었다. Coinliqui는 3일 전 자료에서 비트코인 미결제약정을 32억1000만달러(약 4조3600억원), 이더리움을 29억7000만달러(약 4조300억원)로 기록했다. 기준 시각과 집계 방식에 따라 선두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미결제약정이 늘었다고 매수세가 우세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신규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어 이더리움 가격 상승이나 비트코인 대비 강세를 확정하는 지표로 쓰기 어렵다.
거래량과도 구분해야 한다. 거래량은 일정 기간 체결된 계약 규모를 나타내지만, 미결제약정은 반대매매나 만기·청산으로 사라지지 않은 계약을 집계한다. CME그룹은 미결제약정을 아직 상쇄되거나 이행되지 않은 선물 계약으로 설명한다.
하이퍼리퀴드는 중앙화 거래소와 유사한 주문서 구조를 온체인에서 운영한다. 주문은 가격과 시간 우선순위에 따라 매칭되며, 이 구조를 통해 무기한 선물 거래가 이뤄진다.
플랫폼 전체 미결제약정 확대도 함께 봐야 한다. Crypto Briefing은 9월 말 하이퍼리퀴드 전체 미결제약정이 약 180억달러(약 24조4400억원)까지 늘었다고 보도했지만, 해당 시점의 전체 합계는 공식 API로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
하이퍼리퀴드의 HIP-3는 외부 주체가 주식·원자재·지수 등과 연계된 무기한 선물 시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플랫폼 상품이 늘어나면 개별 자산의 미결제약정 변화가 전체 시장 흐름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미결제약정 역전은 하이퍼리퀴드 내부에서 두 자산에 쌓인 포지션 구성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 한 플랫폼의 수치가 전체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의 흐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결제약정이 커질수록 포지션이 한 플랫폼에 집중되는 정도도 커질 수 있다. 레버리지 거래에서는 가격 변동이 확대될 때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포지션 규모만으로 시장 방향을 판단하기 어렵다.
앞서 본지는 알트코인 미결제약정이 비트코인을 넘어선 사례를 보도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수치도 단일 지표보다 집계 시점과 대상 플랫폼을 함께 확인해야 해석할 수 있다.
향후에는 이더리움의 하이퍼리퀴드 미결제약정 우위가 이어지는지와 펀딩비, 청산 규모, 현물 거래량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가 추가 확인 대상이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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