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V)의 스테이블코인 조정 거래량이 낮아졌지만 실제 결제 사용량이 줄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소 라벨과 비경제적 활동 필터가 확대되면서 고액 자동화 거래가 조정 지표에서 더 많이 제외된 영향이 컸다.
비자 온체인 애널리틱스는 9월 18일 데이터 갱신에서 분석에 활용한 주소 라벨 집합을 약 1500만개에서 약 6억개로 확대했다. 조정 거래량의 정의는 유지했지만 거래소·스마트컨트랙트·봇·브리지·민팅·소각 등 비경제적 활동을 더 많이 식별해 제외했다.
비자 온체인 애널리틱스 변경 기록에 따르면 조정 거래 건수 감소폭은 2% 미만이었다. 주소 분류 범위는 크게 넓어졌지만 전체 거래 횟수의 변화는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비자는 솔라나(SOL)에서 한 자동화 프로그램이 수천개의 일회용 지갑을 거치며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반복 이동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런 거래는 적은 건수로 큰 금액을 옮기기 때문에 제외하면 달러 기준 거래량은 크게 줄어도 전체 거래 건수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이번 조정은 거래량과 거래 건수를 구분해 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거래량은 이동한 달러 규모를, 거래 건수는 발생한 거래의 횟수를 나타낸다. 소수의 고액 거래가 전체 거래량을 키웠다면 해당 거래를 걸러낸 뒤 거래량만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활동을 결제, 탈중앙화금융(DeFi), 중앙화 거래소, 투자·트레이딩, 가치 저장, 단기 라우팅, 인프라 등으로 나눠 분석한다. 같은 거래량이라도 어떤 활동이 포함됐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비자 거래 방법론은 조정 거래에 해당하면서 250달러 미만인 거래를 ‘소매 규모’로 별도 집계한다. 다만 이 분류만으로 상점 결제나 개인 간 구매 등 거래 목적을 확정할 수는 없다.
실제 결제 사용량을 판단하려면 결제 범주만 따로 떼어 같은 기준으로 전후 수치를 비교해야 한다. 이번 갱신에서는 이전과 이후의 동일 기준 달러 거래량이나 결제 범주별 비교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체인별 순위 변화도 같은 기간과 필터를 적용한 자료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 데이터 분류 기준이 바뀐 시점에는 수치의 절대값보다 어떤 거래가 포함되고 제외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더리움(ETH)에서 2025년 발생한 테더(USDT)·유에스디코인(USDC)·페이팔 USD(PYUSD) 관련 1억4100만개 거래와 5억9300만개 이벤트 로그를 분석했다. BIS는 연구 보고서에서 전송 이벤트의 약 60%가 여러 단계의 복잡한 거래 안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송 이벤트는 하나의 블록체인 거래 안에 기록된 개별 토큰 이동 내역이다. 이를 각각 독립적인 결제로 세면 실제 경제 활동을 과대평가할 수 있어, 거래량을 결제 규모로 해석할 때는 거래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체인별 사용 목적도 같지 않다. BIS는 이더리움의 스테이블코인 활동이 스마트컨트랙트 상호작용과 더 밀접한 반면, 트론(TRX)은 스마트컨트랙트 밖에서 보유되는 활동과 더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라도 체인에 따라 결제·거래·담보·가치 저장 등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체인별 거래량을 단순 비교하려면 집계 주체와 기준일, 필터가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앞서 비자 온체인 애널리틱스의 조정 거래량 수치와 유에스디코인 점유율을 다룬 본지 보도에서도 조정 거래량은 봇 거래와 반복적인 내부 이동 등을 걸러 실제 결제·정산에 가까운 흐름을 보려는 지표로 설명됐다. 이번 갱신은 그 지표가 주소 분류와 제외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투자자와 결제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대를 평가할 때도 단순 거래량보다 결제 범주별 수치와 거래 건수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데이터 갱신으로 확인된 사실은 비자가 주소 식별과 필터를 강화해 고액 라우팅·자동화 활동을 더 많이 제외했다는 점이며, 실제 결제 사용량 변화는 동일 기준 자료가 공개된 뒤 판단할 수 있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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