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하고 AI 에이전트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시대, 사람과 계정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주식회사 촌(CHON Corp.)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활용한 새로운 신원인증 모델을 공개했다.
촌은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CHON Investor Day 2026'을 열고 관계 기반 신원인증 기술과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파트너 기업과 초기 사용자 그룹, 종중 관계자, 벤처캐피털(VC),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가 개발해온 기술과 제품, 향후 사업 구상을 공개했다.
신근영 촌 의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연결에서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촌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신 의장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연결, 여기에서 나오는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를 보면서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6년을 뛰었다"며 장기간 기술과 사업 모델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조석준 전 기상청장의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이병태 교수와 오정근 교수의 축사, 이민재 촌 대표의 '플랫폼이 사라지는 세상' 발표로 이어졌다.
조석준 전 기상청장은 기상 분야에서 정보의 신뢰성과 전달 속도가 재난 대응을 좌우한다며 분산형 정보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업설명회의 문을 열었다.
조 전 청장은 "기상과 방송은 모두 정보통신의 영역"이라며 "150년 역사의 일기예보는 한 지역에서 발생한 기상 현상을 다른 지역에 빠르게 알리고 국가 간 정보를 교환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위성 등 기술을 통해 기상 현상뿐 아니라 산불과 산사태, 빙하 등 각종 재난·재해를 관측하는 데 활용된다며 "이러한 관측과 분석, 정보 전달의 속도가 재난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기상·기후 재난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정보를 믿고 행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전 세계 어디서든 정보를 얻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네팔 재난 당시 한 초등학교 교장이 상류 지역 학부모에게서 전달받은 정보를 신뢰해 등교한 학생들을 높은 지대로 대피시켜 약 900명의 생명을 구한 사례를 소개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실제 재난 예방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기상 시스템이 중앙집중형 서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지역 단위 재난·재해와 조기경보에는 분산형 정보 시스템이 유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블록체인 방식의 분산 서버가 부분적인 재난·재해와 조기경보 분야에서 상당히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촌의 기반 기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오정근 교수는 축사에서 한국의 오랜 족보 문화가 가진 관계 정보의 가치에 주목하며 이를 블록체인과 분산 신원인증 기술로 확장한 촌의 사업 모델이 AI 시대 보안 문제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족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이어온 관계의 가치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옮겨 신원인증과 결합한다는 점에서 촌의 사업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가족과 친족 관계뿐 아니라 학교 동창회나 기업의 고객 관리 등 다양한 관계망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중앙 서버에 정보를 집중적으로 저장하는 기존 방식은 높은 해킹 위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서버에 정보를 저장할 필요가 없는 촌의 구조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AI 발전과 함께 해킹 기술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어 금융권에도 새로운 보안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촌의 기술이 중앙 서버에 민감한 정보를 집중시키지 않는 구조를 구현한다면 금융기관과 정부기관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축사에서 성공한 혁신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새로운 연결'을 꼽으며 촌이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는 가치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연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성공하는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의 조건을 고민해왔다고 소개한 이 교수는 X(옛 트위터)가 생각을, 핀터레스트가 디자인 아이디어를,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유튜브가 동영상을 연결하고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각각 빈방과 차량을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처음 연결한 회사들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연결하는 대상을 처음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촌이 한국의 '촌수'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인간관계가 가진 보편적인 사업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연결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또한 촌이 인간관계의 연결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초기 공략 시장부터 향후 사업 확장까지 명확한 로드맵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국내 스타트업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지나친 내수시장 의존을 꼽으며, 촌이 자금 조달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신근영 의장이 여러 차례 창업을 경험한 연쇄창업가이면서 새로운 사업에 다시 도전해 6년 동안 촌을 준비해온 과정을 지켜봤다며 "촌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파트너이자 응원자로서 함께 응원해달라고 당부하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CHON Investor Day 2026'은 그동안 개발해온 기술과 사업 모델을 외부에 공개하고 향후 시장 진출과 사업 확장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하이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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