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의 공급 약속과 공급업체의 차입·설비 투자가 맞물리는 구조가 금융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투자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 손실이 여러 기업과 투자자에게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은 2026년 2월 5일 하버드 케네디스쿨 토론회에서 AI 인프라 투자의 '순환성 위험'을 제기했다. 대형 AI 기업의 구매 약속을 바탕으로 공급업체가 돈을 빌려 설비를 늘리고, 공급업체 가치 상승이 다시 AI 기업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빈은 공급업체 주가가 약정에 힘입어 오르면 그 가치 상승이 AI 기업의 추가 자금 조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구조만으로 투자 거품이나 금융위기가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토론에서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하버드 케네디스쿨 경제정책 실천 교수는 수익이 가장 낙관적인 전망에 못 미쳐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 초기 지표를 근거로 AI 투자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쟁점은 투자 규모만이 아니라 실제 수요와 수익이 자금 조달 속도를 뒷받침하는지다.
금융안정 우려는 이후에도 제기됐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Pablo Hernández de Cos)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026년 9월 10일 연설에서 AI 기업의 높은 가치 평가, 대형 기업의 현금흐름을 웃도는 자본 지출, 부채와 사모대출 의존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칩 제조사와 클라우드 사업자가 AI 기업에 투자하고, AI 기업이 다시 이들의 제품과 컴퓨팅 용량을 구매하는 순환 구조도 설명했다. BIS는 이런 위험이 반드시 투자 붕괴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회적 위험은 금융 손실과 별도로 다뤄졌다. 루빈과 헨리 폴슨 주니어(Henry M. Paulson Jr.)는 2026년 9월 3일 공동 기고문에서 일자리 상실과 경제적 혼란, 시장 조정 가능성을 우려했다. 두 사람은 금융·전력·수도·통신 기반시설을 겨냥한 안전·보안 위험도 제시했다. AI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노동자와 기업, 국가에 어떻게 분배할지도 정책 과제로 짚었다.
이번 토론과 연설, 공동 기고는 AI 투자를 거품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자금 연결 구조와 수익, 사회적 파급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AI 기업의 계약과 부채가 얽혀 금융시장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루빈의 앞선 경고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들 자료만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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