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수록 목표를 정하고 맥락을 해석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인간의 판단이 중요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EY 조사에서는 직원의 88%가 업무에 AI를 사용했지만,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비율은 5%에 그쳤다.
줄리 티글랜드(Julie Teigland) EY 글로벌 부회장(얼라이언스·생태계 부문)은 27일 포천(Fortune) 논평에서 “AI 시스템이 더 자율화할수록 인간의 판단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수행하고 데이터를 드러내는 동안 인간은 목표와 목적을 설정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티글랜드 부회장은 AI의 발전이 인간의 역할을 없애기보다 업무를 재편한다고 봤다. 예측과 실행은 AI가 맡고, 예외 처리와 위험 감수 여부, 결과의 의미를 판단하는 일은 사람에게 남는다는 것이다.
EY의 ‘2025 업무 재구상 조사’는 29개국 직원 1만5000명과 고용주 15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직원의 88%가 업무에서 AI를 사용했지만,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으로 활용한 비율은 5%였다.
EY는 안정적인 인재 기반과 기술 활용이 결합하면 기업이 최대 40%의 추가 생산성 향상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이미 생산성의 40%를 잃었다는 뜻이 아니라, 인재와 기술을 함께 활용할 때 가능한 잠재적 향상분을 의미한다.
현장에서는 AI 활용에 대한 부담도 나타났다. 조사 대상 직원의 37%는 AI 의존이 자신의 기술과 전문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64%는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충분한 AI 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였다.
이 같은 수치는 AI 사용 여부와 업무 전환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도구를 업무에 추가하는 것과 목표 설정, 업무 흐름, 책임 구조까지 바꾸는 것은 별개의 단계라는 의미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에서도 분석적 사고는 고용주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1위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중 7곳이 분석적 사고를 필수 역량으로 평가했으며, AI·빅데이터와 기술 문해력은 향후 중요도가 가장 빠르게 높아질 역량으로 분류됐다.
WEF는 AI가 패턴 인식과 예측에는 강하지만 어떤 결과가 중요한지, 특정 목표와 가치에 맞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반복 업무가 줄면 경력 초기 인력이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도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AI 도입은 인간 판단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판단력을 키우는 경로를 좁힐 수 있다. 고숙련 인력에 AI의 이익이 더 집중될 가능성과 초급 직무의 학습 공백이 함께 제기되는 이유다.
EY가 소개한 호주·뉴질랜드·미국 음료 제조업체 라이언(Lion)의 사례에서는 업무 재설계와 인력 교육이 AI 도입과 함께 진행됐다. EY는 라이언이 ServiceNow 기반 업무 체계를 재설계한 뒤 People Services의 고객 응답 속도가 75% 빨라졌고 운영비가 약 30% 개선됐다고 밝혔다.
다이킨(Daikin)의 북미 ERP 전환 사례에서는 AI 기반 코드 생성과 자동화 테스트를 통해 납품 속도가 약 30% 빨라졌다. 카운터 업무 효율은 10%, 재무 마감 속도는 20% 개선됐으며, 고위험·예외 상황은 직원이 감독했다.
라이언과 다이킨의 성과 수치는 EY가 소개한 기업 사례다. 전체 산업의 평균 성과라기보다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하고 사람이 예외 상황을 감독한 사례로 제시됐다.
EY와 WEF는 AI 도입과 함께 교육과 책임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 설정과 예외 처리, 책임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AI가 인간 판단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현재의 업무 설계와 책임 구조에 관한 분석이다. EY와 WEF 자료는 AI 도입 효과를 높이려면 기술 사용뿐 아니라 목표 설정, 교육, 예외 처리와 책임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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