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이 과거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과 닮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델이 표준화된 상품이 되면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 계층으로 가치가 이동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블록체인캐피털은 18일 공개한 분석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기술 혁명기에 투자자와 자금이 움직이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주기가 빠르고 초기 프로젝트에 토큰을 통한 유동성이 공급되며, 블록체인 데이터가 공개된다는 특징이 있다.
분석은 대형 성공 사례가 후발 프로젝트에 대한 추종 투자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BTC)이 조달러급 자산으로 성장한 뒤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도 각각 수천억달러와 수백억달러 규모로 성장하자 새로운 레이어1 프로젝트에 투자가 잇따랐다는 설명이다.
일부 프로젝트는 백서와 창업자 이력만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자들이 한 프로젝트의 성공이 전체 펀드 규모를 웃도는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이른바 '복권식 투자'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AI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이 조달러급 기업가치 기대를 받으면서 새로운 AI 연구소가 '다음 성공 기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 연구자 영입이나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협력만으로 기업가치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 판단을 대신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경우 투자자는 기업의 현재 기본 여건보다 다음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에 의존하게 된다.
시장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암호화폐는 토큰 가격과 거래가 공개되지만, AI 기업의 기업가치는 유동성이 제한된 비공개 2차 시장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캐피털은 블록 공간의 변화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블록체인 초기에는 블록 공간이 부족하고 비쌌지만, 새로운 레이어1과 이더리움의 레이어2가 늘면서 공급이 확대됐다.
블록 공간이 희소한 자원에서 충분하거나 과잉인 자원으로 바뀌면서 기술 발전에는 도움이 됐지만, 대체 레이어1 상당수의 수익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초기 시장에서 주목받은 '팻 프로토콜'보다 이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팻 애플리케이션'에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테더(USDT), 하이퍼리퀴드(HYPE), 에이브(AAVE), 폴리마켓 등 애플리케이션 계층 프로젝트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 사례로 언급됐다. 본지도 앞서 온체인 수수료의 상당 부분이 블록체인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AI에서도 모델이 표준화된 상품이 되면 비슷한 가치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AI 연구소들이 더 강력한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면서 모델 가격이 낮아질 경우 기술 스택의 상·하류로 가치가 옮겨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델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모델 계층의 높은 이윤을 부담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델을 운영하는 비용과 모델을 사용하는 비용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애플리케이션 계층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사용자 기반, 기업 고객 관계, 개발자 유통망을 이미 확보해 예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기업은 단순히 모델을 공급하는 인프라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와 직접 연결된 수직 통합형 사업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최종 사용자에게 직접 닿지 못하는 다른 AI 연구소는 모델 수익성이 낮아질 때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모델 계층의 이익이 줄면 에너지와 하드웨어처럼 공급이 물리적으로 제한된 부문, 그리고 최종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은 가치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캐피털은 기술 혁명이 인프라 구축기와 과열기, 붕괴기, 배치기를 거친다는 분석도 인용했다. 과열기에 과잉 투자된 인프라가 이후 애플리케이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초기 인프라 투자자에게 같은 결과가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분석은 인공일반지능(AGI)이 등장할 경우 기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연구소에 대한 투자 판단은 기술의 화제성뿐 아니라 모델의 유통망, 고객 접점, 비용 구조,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의 가치 배분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강이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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