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경쟁사 간 협업을 둘러싼 경쟁법 지침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앤트로픽 CEO의 반독점 면제 요구가 나온 가운데, AI 안전 협력을 위한 별도 면제나 전용 지침은 확정되지 않았다.
DOJ와 FTC는 2026년 2월 23일 경쟁사 간 협업에 관한 새 지침 마련을 위한 공동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양 기관은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협업 범위와 알고리즘 가격 결정, 정보·데이터 공유, 노동 협력 등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에 관한 지침 수요를 조사했다. 다만 이번 의견수렴이 AI 안전 협력을 위한 별도 반독점 면제나 전용 지침을 직접 다루는 절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절차는 2024년 12월 철회된 경쟁사 협업 지침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 FTC와 DOJ는 기업들이 협업의 적법성을 관련 법률과 판례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경쟁을 해칠 수 있는 협업에는 사안별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CEO는 9월 공개 글에서 프런티어 AI 기업들이 안전 기준과 개발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안전 논의를 위해 ‘좁은 범위의 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의 구상은 세 단계로 나뉜다. AI 기업 내부에 제3자 평가자를 상시 배치해 안전 절차와 사고 대응을 점검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프런티어 AI 기업들이 공통 안전 기준과 개발 속도 제한을 조율하며,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 국제 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쟁점은 안전 협력의 범위다. 제3자 평가자 배치나 사고 정보 공유는 안전을 위한 협력으로 볼 수 있지만, 모델 출시 시점과 훈련 규모, 개발 속도를 공동으로 제한하면 경쟁 자체를 제약하는 합의가 될 수 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분석은 반독점 면제가 안전 정보 공유만 허용하는지, 개발 속도와 산출량 제한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법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업이 공동 기준을 주도할 경우 소규모 기업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 FTC 위원장은 9월 15일 조지타운대 행사에서 AI 기업들이 규제와 반독점 면제를 동시에 요구하면 “모든 경보음이 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이 개인 의견이며 특정 기업이나 면제 신청에 대한 공식 결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AI 업계 인사들은 안전 기준과 제3자 평가자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아모데이의 제안에 “Dario is right”라고 반응했고, 샘 올트먼(Sam Altman)도 제3자 평가자 모델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머스크와 올트먼이 반독점 면제 자체를 지지했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오픈AI(OpenAI)는 안전 기준과 평가자 접근에는 동의했지만, 아모데이가 요구한 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이번 논쟁은 AI 기업들이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안전 문제에서는 일정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안전 관련 정보가 공유되면 사고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협력 대상이 가격과 생산량, 출시 일정으로 넓어지면 경쟁법의 판단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아모데이가 제시한 국제 협력 구상은 미·중 AI 안전 협약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사안에서 미국 정부가 국제 협력이나 개발 속도 제한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기업과 투자자에 직접 연결되는 가상자산이나 반도체 시장의 변화는 이번 절차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이 AI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한 협력을 논의해 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번 DOJ·FTC 절차가 해당 협력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양 기관의 공식 조치는 현재 경쟁사 협업 지침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에 머물러 있다.
AI 안전 협력을 허용하는 전용 반독점 지침이나 면제의 발표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안전을 위한 공조와 경쟁 제한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가 향후 지침 개정 과정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정민석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