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인공지능(AI) 위험을 관리할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각국 정부가 AI가 가져올 사회 변화를 기술 발전 속도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빌 게이츠(Bill Gates) 게이츠재단 의장은 15일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정부는 AI에 필요한 수준만큼 깊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일자리와 사이버보안에 영향을 미치고 AI 동반자에 대한 의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저소득층 지원과 의료 분야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AI 개발 중단보다는 위험을 관리하면서 혜택이 넓게 돌아가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AI를 미국과 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할 ‘외계 지능’에 비유했다. 두 나라가 기술 경쟁을 이어가더라도 AI 위험은 국경을 넘어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이츠는 8월 26일 게이츠노트에 공개한 글에서 국내외 AI 관리 체계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무기 사찰 체계, 국제 항공 규정, 오존층 보호 협약의 요소를 결합한 상설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구상이다.
이 국제기구는 국가안보·고용·교육·보건·금융 등 AI가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역할을 맡게 된다. 게이츠는 국제기구가 각국의 국내 대응 체계와 함께 구축돼야 하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게이츠는 국제기구의 권한과 참여국, 설립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확인된 것은 국제적 감독 체계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며, 실제 설립 여부나 규제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게이츠의 제안은 AI 개발 자체를 중단하자는 주장과는 다르다. 그는 AI가 의료·교육·농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앞서 AI의 고용 충격과 생화학 악용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게이츠재단은 14일 향후 2년간 최소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를 AI 접근성 확대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산은 교육 40%, 보건의료 40%, 농업 10%, 다국어 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 구축 10%로 배정된다.
재단은 AI가 시장에만 맡겨질 경우 고소득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이츠재단의 공식 발표는 저소득층과 취약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투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AI 튜터와 교사용 도구를 지원하고,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진단과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신약·백신 개발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소농이 토양·기후·작물 조건에 맞는 정보를 얻도록 돕는 AI 도구를 지원한다.
게이츠재단은 보건의료 종사자, 교사, 정책 담당자, 농민과 협력해 현장 중심의 AI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재단의 AI 접근성 투자는 기술 성능뿐 아니라 지역별 데이터와 서비스 접근성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국제기구 구상과 맞물린다.
중국에서도 AI 위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고가 나왔다. 중국 국가안전부장 천이신(Chen Yixin)은 중국 관영 잡지에서 AI가 정치·제도·이념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 감독 강화를 주장했다.
AP통신은 중국이 AI 개발을 가속하는 동시에 위험 통제와 국제적 관리 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AI 위험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국가안보와 제도 운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게이츠는 향후 12~18개월의 선택이 AI가 불평등을 줄일지 확대할지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기구 설립 논의가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지, 게이츠재단의 투자가 교육·보건의료·농업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향후 구체적인 참여국과 사업 일정에 달려 있다.

강이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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