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안전을 둘러싸고 유엔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갈렸다. 유엔은 국제적 감독과 공조를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9월 16일 AI의 급속한 발전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AI 개발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조차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크립토브리핑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을 전했다.
유엔은 국제 AI 거버넌스 논의도 시작했다. 2026년 7월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글로벌 AI 거버넌스 대화를 열고 AI 위험 평가와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논의는 AI의 개발과 배포에 적용할 국제적 원칙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반대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4일 AI가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HOAX’라고 표현하고, 중국보다 AI 개발에서 앞서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강화나 개발 속도 조절이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AI 규제 요구를 러시아 의혹과 탄핵 논란에 빗댔다고 보도했다.
유엔 내부에서도 AI 위험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폴커 튀르크(Volker Türk)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9월 7일 고도화된 AI가 인류에 ‘실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튀르크 대표는 AI가 반드시 실존적 위험이 된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위험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문제 제기를 소개하면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AI 업계에서는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CEO는 안전장치가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아모데이 CEO가 제기한 속도 조절 취지에 일부 동의했다. 세 인사의 반응은 공개 게시물과 이를 다룬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업계 의견이 한 방향으로 모인 것은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META) CEO는 공동 감속론과 거리를 두고, 각 AI 기업이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책임과 유인이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저커버그 CEO가 업계 전체의 공동 감속보다 기업별 안전 조치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논쟁의 핵심은 AI 개발을 전면 중단할지 여부에만 있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국가와 기업이 적용할 공통 안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AI 거버넌스는 AI 모델의 개발·배포·사용 과정에 적용되는 규칙과 감독 체계를 뜻한다. 국제적 감독을 강조하는 접근은 국가별 규제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경쟁을 우선하는 접근은 기술 개발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중시한다.
이번 논쟁은 AI 안전 문제가 기술 기업 내부의 연구 과제를 넘어 국제 규범과 국가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자기개선 위험을 둘러싼 국제 공조 요구도 같은 흐름에서 제기된 바 있다.
국내 산업과의 연결점도 있다. 본지는 앞서 AI 데이터센터·반도체·물리 AI를 묶은 정부의 투자 확대 계획을 보도했다. AI 인프라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발 속도와 안전성 검증을 어떻게 조율할지는 국내 정책과 산업계에도 관련된 과제가 될 수 있다.
AI 규제 논의는 데이터센터와 관련 산업, 위험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논쟁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나 가격에 미친 영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된 것은 국제 감독과 공조를 강조하는 유엔 측과 개발 경쟁을 우선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입장 차이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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