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끄는 '집단 지성 혁명'… 하이퍼챗, 50명이 만든 예측이 3천만 중 상위 1.4%

사람 수백 명이 동시에 원활한 논의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존 협업 방식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하이퍼챗(hyperchat)’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지원하는 집단 대화 모델로, 다양한 인원이 실시간으로 의사를 교환하고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해답을 빠르게 도출하게 해준다.

하이퍼챗은 ‘대화형 군집 지능(conversational swarm intelligence)’이라고도 불리며, Unanimous AI가 개발한 상용 플랫폼 Thinkscape®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큰 그룹을 소그룹 단위로 나누고, 각 그룹 내에 AI ‘대화 대리인(conversational surrogate)’을 배치하는 데 있다. 이 AI 대리인은 각각 소그룹 내에서 수렴된 통찰을 추출한 뒤, 다른 그룹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교류함으로써 다수의 소그룹이 하나의 통합 대화를 나누는 구조를 완성한다.

이 기술의 실험적 활용 사례로 미국 최대의 대학 농구 토너먼트 ‘March Madness’ 대회가 주목받았다. Unanimous AI는 50명의 무작위 스포츠 팬을 Thinkscape 플랫폼에 초대하고, 하이퍼챗 방식으로 단시간 내에 토너먼트 예측 브래킷을 구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 브래킷은 ESPN 공식 토너먼트 예측 대회에서 전체 참가자 3천만 명 중 상위 1.4%를 차지하는 뛰어난 성과를 냈다.

정량적 분석도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4년 카네기멜론대학교와 Unanimous AI의 공동 연구에서, 평균 IQ가 100인 실험 참가자들이 하이퍼챗 기반 협의를 통해 IQ 128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영재(gifted)’ 수준에 필적하는 성과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창의적 문제 해결 과제에서 일반 대화 그룹보다 하이퍼챗 그룹이 두 배 이상 우수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가자들은 효율성과 생산성, 의견 몰입 측면에서도 하이퍼챗 그룹에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AI 협업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하이퍼챗 구조에 두 번째 AI 역할인 ‘기여 에이전트(contributor agent)’를 추가한 하이브리드 협업 모델도 등장했다. 이 AI는 논의 중 실시간으로 사실 기반 정보를 공급함으로써 인간이 중심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2024년 판타지 야구 실험에서는 인간과 AI가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한 결과, 그룹 전체가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결정을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대화형 군집 지능은 단순한 협업 도구를 넘어 집단 지성의 본질을 진화시키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구성원의 규모에 관계없이 생산적인 실시간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는 글로벌 기업이 장기적으로 수천 명 단위의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March Madness 예측이라는 흥미로운 활용례에 주목이 쏠리지만, 이 기술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트렌드 분석과 문제 해결, 정책 설계 및 신속한 위기 대응까지, 하이퍼챗은 새로운 세대의 지능형 협업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