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ATM에 대한 전 세계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비트코인 ATM 위치정보사이트인 '코인ATM레이더'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ATM 수는 총 3,503대로 집계됐다. 2013년 밴쿠버의 한 커피숍에 최초의 비트코인 ATM이 설치된 이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전체 암호화폐 ATM 중 52.7%가 비트코인뿐 아니라 하나 이상의 알트코인 입출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49%가 라이트코인을 32.1%가 이더리움을 지원 중이다. 지역별로 북미가 전체의 74.05%로 1위를 차지했고 유럽이 그 뒤를 이었다. 유럽에서는 영국, 오스트리아, 러시아, 체코 등의 순이었다. ATM 수수료는 평균 8% 정도로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나 개인 컴퓨터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인터넷과 컴퓨터에 친숙하지 않은 고령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에 발맞춰 ATM 제공업체 간의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암호화폐 ATM 제조업체 제네시스코인(Genesis Coin)은 현재 전체 암호화폐 ATM 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으며, 제너럴바이츠(General Bytes)는 26%를 차지한다. 이들은 비트코인 ATM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암호화폐 구매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매번 거래소를 방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ATM의 수요는 주로 중앙화된 금융기관을 피하고자 하는 암호화폐 보유자에 의해 창출된다. 3,000대가량의 ATM 중 2,000대 가량이 미국 전역에 설치돼 있는데 유독 빈곤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문 매체에서는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ATM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세금 보고 등을 피하려는 의도로 은행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년 6,800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 유럽 환승률 1위 공항인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도 암호화폐 ATM이 설치돼 있다. 이는 유럽 공항 최초의 암호화폐 ATM 기기이다. 입금 한도는 1회 10~100유로이며, 수수료는 거래 건당 5유로이다. 이처럼 암호화폐 ATM은 해외 이동 중 보유 암호화폐를 해당 국가의 법정화폐로 손쉽게 교환함으로써 편의를 증명한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레 이를 ‘가치저장 수단’ 또는 ‘거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암호화폐의 인기가 급증한 것에 비해 관련 시스템은 미비한 상황이다. 암호화폐를 실제 통화와 같이 결제수단으로 사용 가능한 상점은 많지 않다. 결제 시점에도 요동치는 가격 때문에 상점 입장에서도 비트코인 결제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호화폐 ATM의 등장은 암호화폐 보유자들에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추후 암호화폐가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아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결국 ATM의 수요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국경 없이 암호화폐를 편리하게 출금할 수 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상용화를 앞당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호주에서는 암호화폐 오프라인 매매가 활성화돼 있다. 호주는 지난 3월 신문 가판대와 협약을 맺고 출근길 간편하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데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다.
미국 소재의 회사는 규제 완화 이후 아르헨티나 전체에 4,000대의 암호화폐 ATM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의 신규 법안에 따르면 어떠한 ATM이든 슈퍼마켓, 쇼핑몰, 영화관에 설치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기존 은행 ATM 기기보다 암호화폐 ATM이 더 많이 설치돼 있으며 일평균 5대의 새로운 기기가 배치된다고 한다.
정유공장 건설에 집중해온 이스라엘 정유기업이 터키 관할 북부 사이프러스에 자리한 카지노에 비트코인 ATM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몰타와 불가리아에서는 양방향 암호화폐 ATM기를 구축했다.
암호화폐 제조업체 이지비트(EasyBit)의 CEO 마이크 듀프리(Mike Dupree)는 “회사의 타겟은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고객이며, 외부 고객 유치는 어렵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 및 규제 상황이 사업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금융 기관을 신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며 결국 ‘분산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암호화폐 ATM은 도시에서 점차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며 추후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알트코인들을 지원하는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