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가 고객에게 원화(KRW) 대신 코즈S(COZ-S)라는 자체 발행 신규 토큰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이를 위한 설문조사 과정에서 미참여 고객을 임의로 '동의' 처리하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됐음에도 이를 강행할 방침이다.
24일 코인제스트는 공지를 통해 "거래소 정상화를 위해 3월 25일 원화(KRW) 포인트가 코즈S(COZ-S) 토큰으로 변환된다"며 "기존 보유한 원화 포인트는 동일가치의 코즈S 토큰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코인제스트는 25일 기존 원화 마켓을 종료하고 같은 날 오후부터 코즈S 마켓을 오픈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 원화 포인트는 코즈S 토큰으로 전환되며, 원화 마켓 미체결내역은 취소된다.
코인제스트 측 관계자는 "코즈S 토큰은 코인제스트에서 발행되는 프로젝트 토큰"이라며 "실물 경제 사용을 목표로 발행돼 제휴사와의 결제, 글로벌 송금, 거래소 내 COZ-S 마켓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ERC-20)으로 발행되는 코즈S는 원화 포인트와 1대 1 비율로 교환된다. 초기 발행가와 하한가는 모두 1원이다. 총발행량은 100억 개다. 발행 6개월 이후부터 소각을 위해 자체매입을 시작, 1년 6개월 이후 전량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코인제스트는 밝혔다.
코인제스트는 지난달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에서 원화를 코즈S로 교환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교환 지급을 진행한다. 동의하지 않은 고객의 원화는 코즈S로 전환되지 않는다.
문제는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다. 코인제스트는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고객도 원화를 코즈S로 교환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뒀다. 코즈S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서다.
코인제스트 관계자는 "미참여 고객은 코즈S 토큰 미사용 시에만 철회가 가능하다"며 "부분 금액, 사용 잔여액에 대한 철회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원화를 코즈S로 바꿔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고객은 기간 내에 별도의 철회요청을 거쳐야 한다. 철회기간 및 방법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원화를 자체 발행 토큰으로 교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게 거래소가 임의로 교환 지급하는 조치는 향후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러한 논란은 앞서 코인제스트는 진행한 '코인제스트 토큰 교환 지급 설문조사'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전체 대상자의 10%만 설문조사 참여…나머지 90% 고객 자산을 임의로 처리
코인제스트는 지난달 고객 원화를 코즈S로 교환 지급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코인제스트는 투표 결과 과반수가 넘는 대상자가 동의할 경우 코인 대체 지급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설문조사에 미참여한 고객은 임의로 '동의' 처리하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화 보유 고객 1만1838명 가운데 응답 고객은 1,171명으로 전체 10%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찬성은 620표(53%), 반대는 551표(47%)로, 원화를 코즈S로 바꿔 지급하는 방안이 최종 통과됐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1만명의 고객 보유 원화는 고객의 의사 결정과 상관없이 거래소 자체 토큰으로 교환돼 지급되는 것이다. 철회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는 하지만 고객 동의 없이 거래소가 임의로 고객 자산을 다른 자산으로 변경한 자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업계는 코인제스트의 이 같은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고객 자산을 다른 자산으로 변경하는 중요한 사안을 이틀 간의 설문조사로 졸속으로 처리한 점, 해당 기간 내 대상자가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임의로 동의 처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코인제스트는 코즈S가 "제휴사와의 결제, 글로벌 송금에 이용될 수 있다"며 마치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환금성과 이용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코인제스트가 배임과 횡령 혐의로 피소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휴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나아가 실사용을 위한 제휴처를 얼마를 확보하든 간에 코즈S가 원화의 환금성과 이용 편의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코즈S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결제에 이용되는 비율이 지극히 낮다는 점에 비춰볼 때, 코인제스트의 이 같은 홍보는 오히려 고객에 대한 기망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발행 후 6개월 후부터 코즈S 자체 매입을 시작해 1년 6개월 이후 전량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에 코즈S를 발행하게 된 이유가 자금난으로 고객에게 마땅히 돌려줘야할 자산을 출금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의 이처럼 무리한 계획은 고객 자산을 인질로 잡고 시간을 벌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률사무소 황금률 박주현 대표변호사는 "대체 지급승낙(동의)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원화 포인트를 코즈S로 바꿔 지급할 수 없다"며 "코인제스트가 동의없이 임의로 변경할 경우 사전자기록위작 및 컴퓨터 등 이용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전종희 코인제스트 대표를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