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4차산업혁명 기술이 디지털빅뱅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과거 수많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문제와 소프트웨어에 의한 기술적 종속성의 문제에 의해 독점적 지위을 가졌던 디지털 권력(Digital Power)은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 확장과 오픈소스 기반의 개발, 공유기반 사회,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제품 제작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메이커 시대의 도래에 의해 점점 약화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엘리트 집단에 의한 정보, 기술 독점적 산업사회 구조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초연결화, 초지능화, 초신뢰, 융복합화를 바탕으로 기존의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의 범위가 전방위 확대되는 ‘전면적 디지털화(Total Digitization)’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면적 디지털화에 따른 디지털 빅뱅이 일어나는 시기의 소프트웨어의 파워는 국가와 산업계의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965년 처음 등장했지만 데이터의 양적 증가와 첨단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와 스토리지가 개선되면서 딥러닝, 머신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바야흐로 5G, IoT, 그리고 빅데이터의 통합이 만들어낼 ‘디지털 빅뱅’(Digital Big Bang)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이 시기 미처 준비못한 국가와 산업은 미래사회에서 심각한 경제적, 기술적 종속성과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한 정보화 혁명이었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역시 디지털 기술이 사회전반에 적용돼 사회구조를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이 중심이다.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라는 관점에서는 연장선상에 있지만 이 두 산업혁명의 차이는 소프트웨어 파워의 차이에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새로이 부각되는 혁신적인 기술은 기술진보를 통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권력현상과 사회질서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이제 과거의 정보 독점적, 소스 독점적 디지털 파워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과 그들이 창조해내는 아이디어와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협력적 성과에 의해 국가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반도체나 자동차로 대변되는 과거의 하드웨어적 산업시장을 소프트웨어적 산업시장으로 변화를 강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자 하는 인재들이 충분한 댓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관습적 행태부터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4차산업기술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기술이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 경쟁력은 곧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으로 좌우된다. 그 중심인 소프트웨어 파워는 많은 구성인력과 창의적 활동에서 비롯된다. 이미 소프트웨어 파워로 진행되는 소프트웨어 골드러쉬 현상은 기업들이 이미 실현하며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예를 들면 구글, 애플, MS, 유튜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소프트웨어 파워를 갖춘 기업들은 투자액 대비 현재 기업가치가 수만배에서 수십만배에 이른다. 그들이 소프트웨어 파워를 갖게 된 이유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다. 이들은 인재가 곧 회사의 가치라고 인식하고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통해 전 세계 인재를 연결할 줄 알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실력으로 대접하고 정당한 연봉과 복지, 그리고 기업가치로 준비된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비결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이런 기업과 인재가 왜 없을까?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외국인 기업은 ‘구글’이라면 그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눈을 돌려 국가로 평가해 보면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는 말은 1996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2001년 컬러 액정 휴대폰, 2004년 와이브로, 2019년 5G 이동통신 서비스와 스마트폰 상용화 등 세계 최초 하드웨어 개발과 도입 기준을 통해 세워 온 위상이어서 이 상태라면 더 이상 유효기간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변화의 격량 속에도 그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부터 과감히 수많은 규제와 법부터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여전히 4차산업기술을 핵심산업과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앞장서서 부실한 법과 터무니없는 제도, 발목잡는 규제의 혁신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당한 개발비가 지켜지지 않아도 피해갈 수 있는 법과 제도, 시대 흐름과는 멀리 있는 현실성 없는 규제, 과거적 관습에 의한 공공기관과의 종속적 계약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의견과 현장의 고충에도 눈감았던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정책은 이제라도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 그나마 이번에 다행스럽게도 2018년 제출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요 내용 중에는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소프트웨어 창업 및 연구개발 지원 등 중앙과 지역 차원의 소프트웨어산업 지원 체계 수립과 국가기관 등의 소프트웨어사업자와 적정 사업기간 및 대가를 산정해 공정한 계약이 되도록 규정하는 등이 있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제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부 개정을 한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기업과 인재에게 척박했던 풍토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청년들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되고 교육이 현실을 반영하고 기업이 성장하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바뀐다. 필자 또한 소프트웨어의 인재를 양성하는 마음에서 이번에는 다시 잠드는 법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픈소스 시대에 소프트웨어 인력과 개발 댓가를 정당히 대접받을 수 있는 첫걸음을 이제라도 내딛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국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잠들어 있는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진흥법’으로 부터 깨워 일으켜 그동안 충전해 둔 힘으로 빠르게 ‘소프트웨어 골드러쉬’ 속으로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가 달려가길 바란다.
조금 늦으면 빨리 가면 따라 잡을 수 있지만 너무 늦으면 내 눈 앞에 안보여서 방향조차 모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