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 자금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벤처 투자 라운드 중 5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거래 규모는 총 610억 달러(약 87조 8,400억 원)에 달하며, 전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의 3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러한 대형 투자 라운드는 주로 이미 입지를 굳힌 ‘성숙한 스타트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오픈AI(OpenAI), 웨이모(Waymo), 에픽게임즈(Epic Games) 등이 240억 달러(약 34조 5,6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크런치베이스가 선정한 주요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9년 이상 운영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금을 가장 많이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오래된 스타트업으로 벤처 투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IPO(기업공개) 및 대형 인수합병(M&A)과도 관련이 있다.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하는 대신 장기간 비상장 기업으로 남아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최근 915억 달러(약 131조 7,6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유지한 채 대규모 자금 조달과 주식 환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초대형 투자 라운드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과 투자자들이 IPO 시장 회복 여부를 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만약 올해 말까지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않는다면, 다시금 대형 스타트업 중심의 비상장 투자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