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실명제 이행 여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안까지 나오는 마당에 먼저 움직여서 좋을게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12일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정부가 지침을 내려 보낸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당초 22일 도입하기로 했지만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신한은행은 빗썸과 코빗, 이야랩스 등 그간 가상계좌를 공급해 온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정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오는 15일부터는 기존 가상계좌로 입금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당초 실명확인에 입각한 가상계좌마저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신한은행 계좌를 해지하겠다고 나서는 등 시장의 반발이 크자 은행은 "도입 시기를 연기한 것"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 해 도입 시기를 늦추겠다는 뜻"이라며 "도입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 역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실명확인계좌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이 길어지고 있고, 전날 '거래소 폐쇄 방침'이 나왔다가 입장을 유보하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한은행이 총대를 메고 발빠르게 대응하다 집중포화를 맞고 물러선 상황이어서 먼저 움직여봐야 좋을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특별대책을 통해 암호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은행 계좌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규제안 중 하나로 당초 22일부터 은행권에서의 순차적인 도입이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나서고 있어 거래 실명제 이행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