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열 배터리 기반 에너지 기업 안토라 에너지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전력 인프라 병목이 커지는 시점에서 ‘빠르게 깔 수 있는 청정에너지’ 해법에 투자금이 몰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안토라 에너지는 31일, 시리즈C 라운드에서 5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원화로는 약 7,837억원 규모다. 이번 투자는 G2 벤처 파트너스와 이클립스가 공동 주도했고, 블랙록과 테마섹의 합작 투자사인 디카보나이제이션 파트너스, 로워카본 캐피털, 빌 게이츠가 참여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존 도어, 리빗 캐피털 등이 함께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17년 설립된 안토라 에너지가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7억7,000만달러, 약 1조968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2024년 2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억5,000만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라운드의 기업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안토라 에너지는 새 자금을 활용해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배치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AI 붐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치솟고 있는 만큼, 공급 속도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전기를 고체 탄소 블록에 ‘열’ 형태로 저장하는 열 배터리다. 안토라 에너지는 이렇게 저장한 에너지를 필요할 때 열이나 전력으로 24시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값싼 전력을 저장한 뒤 안정적으로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망 부담이 큰 데이터센터나 산업 현장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안토라 에너지는 최근 사우스다코타주에 5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세계 최대 수준의 배터리 저장 사업 중 하나로 소개했다. 또 공장에서 표준 모듈 형태로 제작한 설비를 화학 공장, 식품 생산업체, 철강사,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다양한 수요처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이 부족한 핵심 광물 의존도가 낮고, 수년이 걸리는 대형 건설 공정 없이 비교적 빠르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앤드루 포넥 안토라 에너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공장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에너지는 산업 성장의 병목”이라며 “안토라는 미국의 혁신을 바탕으로 대규모 에너지를 신속하게 공급해 이 병목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최근 다소 주춤했던 ‘클린테크’ 투자 흐름 속에서도 의미가 크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클린테크 벤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안토라 에너지의 이번 자금 조달은 2026년 관련 업계 최대급 거래 중 하나로 평가된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클린테크, 전기차, 지속가능성 분야 기업들에 유입된 시드부터 성장 단계 투자금은 150억달러를 넘었다. 원화로는 약 21조3,690억원 수준이다. 올해 투자 속도는 2025년 전체 실적을 소폭 웃돌 가능성이 있지만, 2021년과 2022년의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얼마나 빠르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로 모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토라 에너지의 열 배터리 모델이 실제 대규모 상용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클린테크 투자 심리를 다시 끌어올릴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유서연 기자
댓글1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