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딥테크에 504억 투자…TBD VC, 기술 창업자 위한 초대형 펀드 출범

TBD VC가 이스라엘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위한 3,500만 달러(약 504억 원) 규모의 신규 벤처 펀드를 출범했다. 이번 펀드는 설립 초기(pre-seed)와 시드(seed) 단계의 창업자들을 집중 지원하며, 특히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용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반 국방 기술 등 주요 기술 분야를 중점적으로 겨냥한다.

이번 펀드 출범은 구글의 320억 달러(약 46조 원) 규모 Wiz 인수와 Next Insurance의 26억 달러(약 3조 7,000억 원) 매각 사례처럼,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배경 아래 이뤄졌다. 그러나 TBD VC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시트론(David Citron)과 앨런 부흐(Alan Buch)는 이처럼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 뒤에도 여전히 설립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금은 한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 측은 이번 펀드를 통해 약 2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분야에는 구애받지 않되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집중 전략을 병행한다. 특히 초기 설립자 지원에 전념하며, 프리 시드 단계에서는 평균 100만 달러(약 14억 4,000만 원) 수준의 리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시트론은 “하이프에 휩쓸린 투자에는 관심 없다”며 “첫 단계부터 실질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중심 창업자들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켓 인터넷(Rocket Internet)에서 이스라엘 생태계에서 프리 시드 투자 업무를 주도하며 다수의 유망 기업에 초기 투자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시트론의 포트폴리오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사이버X(CyberX), 스냅이 인수한 보카(Voca.ai)를 비롯, 프론택(Frontegg), Eon.io, 업윈드(Upwind) 등이 포함돼 있다.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공동 창업자 앨런 부흐는 전직 유럽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15년 이상 글로벌 자산운용 분야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그는 스포티파이, 스페이스X, Hive AI 등에 초기 투자한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 규모 패밀리 오피스를 운용한 이력을 갖고 있다. 부흐는 “스타트업과 레이싱은 전략, 타이밍, 본능,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의 과감함 등에서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고 말했다.

TBD VC는 미주와 이스라엘 현지에 걸친 양방향 파트너십 구조로 운영되며, 깃허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에픽게임즈, 넷플릭스 등에서 활동한 45명 이상의 글로벌 베테랑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자들이 빠르게 제품 시장 적합성과 상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트론은 “기술적 창업자들을 발굴하는 데 있어 이스라엘은 여전히 최고의 터전”이라며, “하지만 차세대 창업자들은 점점 더 글로벌해지고 있으며, 이에 맞춰 펀드 또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초기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 방문자가 아니라, 신뢰를 쌓을 수 있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실무형 파트너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이 시트론의 두 번째 펀드로, 첫 번째 펀드 역시 3,500만 달러 규모였으며 현재까지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번 신규 펀드에 포함된 투자 사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 상황 속에서도 기술 생태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많은 글로벌 합병 사건과 함께 이스라엘은 기술 중심 창업에서 그 어느 때보다 도약 중”이라며, “스타트업의 첫번째 수표가 된다는 건 여전히 가장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