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등록 투자자문사와 규제 대상 펀드의 가상자산 수탁 규정 개정안을 제안했다. 제안된 자체 수탁은 투자자가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문사가 고객 자산의 수탁자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SEC는 2026년 10월 1일 투자자문법과 투자회사법에 따른 수탁 규정 및 관련 보고·기록 보존 요건의 개정안을 내놨다. 대상은 등록 투자자문사와 등록 투자회사, 사업개발회사(BDC)다. 제안 단계인 만큼 확정 규정은 아니다.
자문사는 자체 수탁을 처음 판단할 때와 이후 매 분기 적격 수탁기관이 해당 자산을 맡을 수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용 가능한 수탁기관이 새로 확인되면 합리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자산을 이전해야 하는 요건도 제안됐다.
자체 수탁을 하려는 자문사는 자산 보호에 필요한 전문성과 기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제안에는 개인키 관리, 지정된 감독 대상자에 대한 키 자료 접근 제한, 여러 지정 인원의 공동 거래 승인, 보안 시스템의 연례 검토가 포함됐다.
자문사는 고객 계정 명세와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독립 회계사의 내부통제 보고서를 받아야 한다. 첫 보고서는 자체 수탁을 시작한 뒤 6개월 안에, 이후에는 매년 취득하는 방안이다. 규제 대상 펀드가 자문사를 통해 자체 수탁하면 이사회 감독도 필요하며, 자문사는 이사회가 보안 체계와 내부통제를 평가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가상자산 전체가 아니다. 투자자문사 규칙은 고객 계정의 ‘자금 또는 증권’에 해당하는 자산, 펀드 규칙은 ‘증권 또는 유사 투자’에 해당하는 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토큰별 법적 성격과 적용 맥락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SEC는 가상자산별 수탁 역량이 뒤늦게 갖춰질 수 있어 일부 자산은 적격 수탁기관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제안문에서 설명했다. 이번 안은 제한적 자체 수탁과 주법상 신탁회사 이용 경로를 제시하는 한편, 기존 수탁 규칙과 관련 보고·기록 요건의 개정도 담았다.
주법상 신탁회사를 이용하는 방안은 가상자산과 관련 현금·현금등가물에 한정됐다. 자문사나 펀드는 해당 회사가 주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 수탁 권한을 받았는지, 도난과 손실 등을 막기 위한 서면 정책을 마련해 이행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책에는 개인키 관리와 사이버보안이 포함돼야 한다.
자문사나 펀드는 계약 전과 매년 신탁회사의 미국 GAAP 기준 감사 재무제표와 독립 회계사의 내부통제 보고서도 검토해야 한다. 다른 자산군까지 주법상 신탁회사 이용 경로를 넓힐지는 SEC가 의견을 요청했다.
폴 앳킨스(Paul S. Atkins) SEC 의장은 “이번 제안은 자문사와 펀드에 규정 준수 경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규정이 시장 변화에 뒤처졌다는 점을 제안 배경으로 들었다.
헤스터 피어스(Hester M. Peirce) SEC 위원은 “적절한 수탁기관이 없거나 해당 자산을 취급할 수 없는 경우 자체 수탁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제안된 경로가 수탁기관 부재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체투자운용협회(AIMA)는 10월 2일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운용 유연성의 균형을 살피기 위해 세부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EC의 수탁 규정 제안과 자체 수탁 조건은 앞서 보도된 내용과 이어진다.
의견 제출 기한은 제안 규칙의 연방관보 게재 후 60일이다. SEC 규칙 페이지에 제안 번호는 S7-2026-35로 표시됐으며, 연방관보 게재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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