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동력이 거래소 중심 투자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실물자산(RWA) 토큰화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한국 금융시장의 2030년 전망을 다룬 보고서에서 금융기관의 새로운 사업 기회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프라, 기업 간 정산자금 관리, 토큰화 자산의 글로벌 유통을 제시했다. 국내 제도화에 대비한 역량 확보와 해외 시장에서의 운영 경험 축적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말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능 계정은 1,113만 개로, 인구 대비 20%를 웃돌았다. 같은 해 하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4,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제시한 2026년 3월 국내 누적 토큰 발행액은 약 6,400억 원이었다. 일평균 거래대금의 8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활발한 거래와 산업적 활용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자산 구성도 제한적이다. 국내 토큰 발행액은 음원 저작권이 65%, 미술품이 17%를 차지해 비정형 자산에 집중됐다. 채권과 펀드 등 전통 금융상품의 토큰화는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이와 비교해 2026년 8월 글로벌 토큰화 자산 규모를 약 373억 달러, 이용자를 150만 명 이상으로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기관 참여가 늘면서 토큰화의 적용 범위가 국채와 주식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보고서는 신한자산운용의 원화 표시 펀드 온체인 발행·유통 기술검증과 금융회사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연구를 주요 사례로 들었다.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역시 예금토큰과 기존 금융 시스템의 연결 가능성을 검증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다만 기술검증의 진전과 대규모 상용화는 구분해야 하며, 발행 자격과 참여기관의 역할을 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짚었다.
2030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카드와 계좌 기반 결제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비자는 익숙한 결제 화면을 이용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토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다. 여신금융협회와 주요 카드사, 람다256의 기술검증은 기존 승인·정산 체계 안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례로 소개됐다.
더 큰 사업 기회로는 ‘기업 간 결제’가 꼽혔다. 국경 간 거래는 여러 중개기관을 거치면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 과정의 정산 속도를 높이고 자금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무역기업과 송금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소매 결제는 기존 수단과 경쟁·공존해야 하므로 초기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타이거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대안으로 ‘모듈형 인프라’를 제안했다. 인가받은 발행사가 준비자산 운용과 규제 준수를 맡고, 기술 사업자는 발행·소각·동결 등 공통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기업은 이 기반 위에서 고객용 상품을 구축한다. 기관마다 전체 시스템을 따로 개발하는 부담을 낮추되, 자산과 서비스의 통제권은 발행사에 유지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브리지, M0, 메타마스크가 역할을 나눈 해외 모델을 사례로 제시했다. 브리지가 준비자산과 규제 준수를 담당하고 M0가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며, 메타마스크는 이용자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이를 적용하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요건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타이거리서치는 소수의 인가 발행사가 공용 기술 기반을 활용하는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평가했다.
결제 분야의 핵심은 ‘정산자금 운영’이다.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 해외송금 업체는 지급 의무에 대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승인과 정산 사이의 시간이 길수록 묶이는 자금도 늘어난다. 보고서는 선충전 잔액 추적, 지급기한 관리, 실시간 위험 통제를 제공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비용을 줄이는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나드를 활용한 카드 인프라 기업 레인의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다뤘다. 레인이 정산과 카드사 제휴, 규제 준수 기능을 제공하면 고객사는 이용자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시간 정산은 자금이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 완충자본 부담을 낮추고 거래 상대방과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효과는 결제망의 처리 조건과 자금 운용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RWA 토큰화의 경쟁력은 발행 이후에 결정된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자산을 토큰으로 바꾸더라도 비상장 주식의 낮은 유동성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투자 대상인 비유동 자산, 환매에 대응할 별도 유동성 자산, 청약·환매를 처리하는 유통·정산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와 스테이블코인 등을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이 구조에서는 순자산가치 산정과 장부 일치, 운용사·수탁기관 간 데이터 연결이 중요하다. 별도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면 환매 요청 때마다 기초자산을 급히 매각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환매 대응 능력은 확보한 유동성과 상품 조건에 좌우된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발행 기술뿐 아니라 국내 자산을 해외 투자자에게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와 상시 운용 인프라가 주요 경쟁 영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나드는 이러한 금융 업무를 연결하는 기반으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이더리움(ETH) 가상머신과 호환되는 모나드의 병렬 처리 구조가 빈번한 거래와 빠른 정산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네트워크의 자금 흐름을 연결하는 ‘허브 체인’을 통해 기관이 분산된 유동성을 관리하는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모나드의 탈중앙화 금융 예치 총액은 약 10억 달러, 누적 처리 거래는 7억5,000만 건 이상이다.
다만 처리 속도가 기관의 채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규제 준수, 수탁 지원, 실제 유동성 규모, 네트워크 가동률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내 토큰증권 인프라와 해외 퍼블릭 블록체인의 운영 조건도 다르므로, 모나드 활용 가능성을 국내 제도상 허용 여부와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타이거리서치가 제시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 대응 전략은 국내 준비와 역외 사업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계좌관리기관 참여 요건과 규제에 맞는 상품 구조를 검토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해외에서는 현지 인가 사업자와 협력해 한국 자산을 담은 상품의 유통과 정산을 검증한다. 역외 사업 역시 투자자 자격과 판매 대상, 국내 재유통 제한 등 해당 구조에 적용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고서는 2030년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이 발행량보다 ‘운영 역량’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결제자금을 효율적으로 정산하며, RWA 상품의 청약과 환매를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모나드를 비롯한 인프라의 활용 가치도 이러한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 제도 정비에 대비하면서 검증 가능한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기관이 향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타이거리서치는 해당 보고서가 모나드로부터 일부 원고료 지원을 받아 작성됐으며, 독립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전망과 평가는 작성 당시 정보를 기준으로 한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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