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거래의 44.7%에 수리비·클로징 비용·모기지 금리 인하 지원 등 매도자 양보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후 8월 기준 가장 높은 비율이다.
레드핀은 8월 31일까지 3개월간 구매자 에이전트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양보 조건이 포함된 거래 비중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포인트 높아졌다.
레드핀의 집계에서 양보 조건은 구매자의 총비용을 줄이는 혜택을 뜻한다. 단순한 매도 호가 인하나 최종 매매가 인하는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격 인하와 양보 조건이 동시에 적용된 거래 비중은 15.8%였다. 전년 동월의 15.6%보다 높고, 레드핀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8월 기준 최고치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수급 격차도 커졌다. 8월 미국 주택시장에서 매도자는 153만4918명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많았고, 매수자는 97만2300명으로 전월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아사드 칸(Asad Khan) 레드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매도자가 시장에 몰리고 수요가 정체되면서 주택 구매자는 까다롭게 고를 수 있다”며 “대부분 시장에서 가격과 수리비, 클로징 비용 지원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이 적정한 인기 매물은 양보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별 격차는 컸다. 애틀랜타의 양보 조건 포함 거래 비중은 72.8%로 가장 높았고 샬럿 67.9%, 피닉스 67.4%, 라스베이거스 66.7%가 뒤를 이었다.
반면 산호세는 4.2%, 뉴욕은 5.7%, 샌프란시스코는 18.6%에 그쳤다. 공급이 늘어난 선벨트 지역에 양보 조건이 집중된 반면 공급이 제한적이거나 고소득 수요가 유지되는 지역에서는 매수자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 수요를 겨냥해 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테네시 등에서 주택 건설이 활발했지만, 이후 수요가 둔화하면서 매물이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레드핀은 현재 시장을 2013년 이후 가장 강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평가했다.
신축 주택에서는 혜택 규모가 더 컸다. 아만다 피터슨(Amanda Peterson) 레드핀 프리미어 에이전트는 건설업체들이 1만~2만달러(약 1357만~2714만원)의 양보 조건과 모기지 금리 인하 지원, 가전제품 제공 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 평균이 아니라 현장 사례다.
무료 숙박이나 무료 크루즈 같은 인센티브도 일부 거래 사례로 소개됐다. 다만 해당 사례는 개별 중개 사례로, 무료 크루즈가 일반적인 매도자 조건이라는 통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매수자 우위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레드핀은 8월 미국 주택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3.7% 올랐고,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0.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각종 양보를 반영하면 실질 가격이 하락했을 수 있다는 대릴 페어웨더(Daryl Fairweather)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은 추정에 해당한다. 전국 단위로 양보 조건을 반영한 실질 가격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프레디맥은 9월 24일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를 7.03%로 집계했다. 높은 차입 비용은 주택 수요를 제약하는 배경으로 거론되지만, 양보 조건 증가의 단일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주택시장은 매도자 증가와 높은 모기지 금리로 매수자의 협상 여지가 커졌지만, 주택가격 자체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양보 조건이 늘어난 흐름과 명목 주택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만큼 지역별 거래 조건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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