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3%를 웃돈 가운데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창업자는 재정 적자와 국채 차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장기금리 상승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오크트리캐피털 공동창업자는 22일 공개한 메모에서 재무부의 국채 환매 확대가 금리를 일시적으로 낮출 수는 있지만 상승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 신호를 억누르면 단기 효과 뒤에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8월 17일 5.3%를 넘어서며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이틀 뒤 장기 국채 환매 한도를 건당 20억달러(약 2708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약 5416억원)로 늘렸다.
국채를 매입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낮아지는 구조다. 그러나 금리는 다음 날 다시 반등해 환매 확대만으로 장기금리 상승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막스는 국채 환매를 '열이 나는 환자에게 얼음찜질을 하는 것'에 비유했다. 하워드 막스는 표면적인 체온은 낮출 수 있지만 발열 원인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금리가 기본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막스는 장기금리가 오히려 물가와 재정, 자금 수요 같은 경제의 기본 여건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요인은 물가다. 막스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3.7%로 연방준비제도의 장기 목표인 2%를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장기 국채 투자자는 미래에 돌려받을 달러의 구매력 하락을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이는 국채 가격 하락과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재정 적자도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막스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GDP의 약 6%에 이르는 반면 실업률은 약 4%라고 지적했고, 올해 순이자 지출이 1조달러(약 1354조원)를 넘어 국방예산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 증가 속도가 GDP 성장률을 계속 웃돌고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이자 지출이 다시 적자를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재무부가 매년 약 2조달러(약 2708조원) 규모의 신규 순발행과 만기 국채 차환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거론됐다.
국채 환매는 부채 자체를 줄이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부가 단기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전체 부채 규모는 그대로인 채 만기만 짧아지고, 만기 도래 때마다 더 자주 차환해야 한다.
AI 투자 확대는 정부와 기업이 시장 자금을 동시에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막스는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와 만기 국채를 조달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구축에 수조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AI 관련 데이터센터 지출이 5조달러(약 6770조원)를 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막스는 정부 적자와 일반 기업 투자, AI 건설 수요가 겹치면 '돈의 가격'인 금리에 상승 압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막스는 미국의 연방부채가 40조달러(약 5경4160조원)에 이르더라도 달러화 표시 부채의 명목상 상환 불이행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미국이 자체 발행하는 달러로 부채를 갚을 수 있고 달러가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화 공급 확대를 통해 실질 구매력이 낮아진 달러로 부채를 갚는 '화폐가치 희석' 위험은 별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수의 GDP 대비 비율을 높이고 세제 혜택을 줄이는 한편, 정부 지출 증가율을 GDP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막스는 AI 활용과 규제 완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부채 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추가 세수가 생기더라도 곧바로 지출하지 않아야 재정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막스는 재정 문제가 미국 기업이나 주식시장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달러 자산을 매도하더라도 현금이나 달러 표시 채권으로 옮기면 달러 가치 하락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비달러 자산과 금, 해외 기업으로의 분산에는 각각 다른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환매 확대와 30년물 금리 상승은 달러와 미 국채금리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위험자산의 유동성 변수라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달러와 미 국채금리는 위험자산의 유동성 변수로 거론돼 왔지만, 금리 하나만으로 가격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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