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능력 감소와 석유제품 재고 부족으로 디젤과 휘발유 가격 부담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정유능력 폐쇄가 증설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니킬 반다리(Nikhil Bhandari) 골드만삭스($GS)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21일 고객 대상 메모에서 글로벌 정제 시스템이 연료 수요 회복과 재고 보충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팽팽해졌다고 진단했다. 관련 내용은 제로헤지가 전했다.
반다리는 정유업체의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소비와 재고 보충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디젤·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으로 바꿔 판매할 때 남는 이익 폭이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2026년 하루 30만배럴의 정제능력이 추가되지만, 하루 60만배럴 규모의 폐쇄가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증설보다 폐쇄가 많아 정제능력 순감소가 한 해 더 이어지는 구조다.
수요가 2025년보다 1% 늘고 올해 줄어든 재고의 절반을 다시 채우려면 정유공장 가동률이 전례 없는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 반다리는 이 조건을 두고 “운영상 현실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정유공장 가동률을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려면 2027년 수요가 2025년보다 1% 낮고 재고 보충도 없어야 한다. 연료 가격이 소비를 억제할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정유공장 운영 정상화와 글로벌 원유 수요 회복 속도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각 시나리오는 정유시설 차질과 수요 회복 정도를 달리 가정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정유공장 가동이 2027년 3월 정상화되고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시설 차질이 각각 6월과 12월 해소된다. 이 경우 2027년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290만배럴 회복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정유공장 가동 정상화가 2027년 10월까지 늦어지는 경우다.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시설 차질이 2026년 남은 기간과 2027년 내내 계절 평균보다 하루 500만배럴 높은 수준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수요 증가는 하루 50만배럴에 그친다고 가정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첫 번째와 같은 정유공장 정상화 일정을 적용하되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폭을 하루 150만배럴로 낮췄다. 정유시설 정상화 시점은 같지만 수요 회복 속도를 보수적으로 잡은 경우다.
세 시나리오 모두 2026년 4분기 글로벌 석유제품 재고가 소비일수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을 밑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공장 가동이 정상화된 뒤에도 재고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제품 재고도 전략 비축분을 포함해 2027년 2분기 2003년 무렵 기록한 역사적 최저 수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재고와 OECD 재고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무는 상황을 가정한 셈이다.
정유시설에 안정적인 원유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높은 정제마진과 현금 창출을 누릴 수 있지만, 소비자는 디젤·휘발유·항공유 가격 상승 부담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디젤과 항공유가 글로벌 공급 압박의 중심에 있고, 긴장이 휘발유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8월 28일 공개한 공식 자료에서도 디젤·휘발유·항공유 등 정제제품 시장에 뚜렷한 완화 조짐이 적다고 밝혔다. 니틴 진달(Nitin Jindal) 골드만삭스 글로벌 커머디티 헤드는 “제품 시장은 매우 빡빡하다”고 말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2027년 미국 디젤 정제마진 전망을 배럴당 63달러로 올렸고, 유럽 전망도 배럴당 49달러로 높였다. 이번 분석은 정제마진 전망 상향의 배경으로 제시된 중동·러시아 정유시설 차질과 낮은 연료 재고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추가로 짚었다.
이번 분석은 원유 공급량보다 정유시설의 처리 능력과 석유제품 재고가 연료 가격 부담을 좌우할 수 있다고 봤다. 세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4분기 글로벌 재고와 2027년 2분기 OECD 재고가 각각 낮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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