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급 가사·돌봄 노동의 시장가치가 2024년 연간 5조6000억~6조달러(약 7762조~831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정 안에서 직접 이뤄진 노동이라는 이유로 공식 GDP에는 포함되지 않은 규모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17일 보고서에서 기본 추정액이 2024년 미국 GDP의 19.2~20.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GAO는 2021~2024년 미국 시간사용조사 자료와 2024년 중위 시간당 임금을 활용해 금액을 산정했다.
추산 범위에는 요리·청소 등 가사노동과 주된 활동으로 수행한 아동·성인 돌봄이 포함됐다. 가사노동 가치는 4조3000억~4조4000억달러(약 5960조~6098조원), 돌봄노동 가치는 1조1000억~1조4000억달러(약 1525조~1940조원)로 집계됐다.
다른 일을 하면서 아이를 지켜보는 '보조적 육아'까지 포함하면 전체 가치는 6조7000억~7조4000억달러(약 9286조~1경256조원)로 늘어난다. 이 경우 GDP 대비 비율은 23.0~25.2%가 된다.
GAO 분석에서 15세 이상 미국인의 87.3%는 일반적인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무급 가사노동을 했다. 이들이 무급 노동에 쓴 시간은 하루 평균 3.72시간이었다.
무급 노동이 GDP에서 빠지는 이유는 시장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유급 노동자가 식사를 준비하거나 아이를 돌보면 서비스 생산으로 집계되지만, 가족이 같은 일을 직접 하면 공식 경제활동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가정이 직접 수행하던 일을 외부 서비스로 구매할 때 더 뚜렷해진다. 같은 식사 준비나 돌봄이라도 시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면 GDP에 잡히지만, 가족이 직접 수행하면 별도의 생산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GAO의 금액 추정은 2021~2024년 시간사용 자료에 2024년 Current Population Survey의 중위 시간당 임금을 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본 하한에는 민간 가사서비스 부문의 시간당 18달러 임금이 적용됐다.
다만 추정치는 임금 선택과 노동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GAO는 대체임금 방식이 적용 임금에 민감하며, 전문 유급 노동자의 생산성을 그대로 반영하면 무급 노동의 가치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은 GDP와 별도의 '가계생산 경제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BEA는 2024년 가계생산의 부가가치가 확장 GDP의 16%, 확장 개인소비지출의 약 30%였다고 밝혔다.
가계생산을 반영하면 장기 성장률도 달라진다. BEA의 1965~2020년 분석에서 통상 GDP의 연평균 성장률은 6.3%였지만, 가계생산을 포함한 조정 지표의 성장률은 6.1%였다.
이 통계는 여성의 무급 노동 비중과도 연결된다. GAO는 2021~2024년 무급 가사노동 수행자 가운데 여성 비중이 53.9%로, 미국 전체 인구에서 여성 비중인 51.2%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여성과 기혼자는 남성·비혼자보다 아동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다만 이 수치는 시간사용 패턴을 보여주는 자료이며, 성별이나 혼인 여부가 무급 노동 차이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GAO는 무급 노동의 가치를 GDP에 직접 편입하자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대신 무급 노동을 별도 보조계정으로 측정하면 돌봄 제공자의 재정 안정과 은퇴소득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검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EA도 가계생산 통계가 GDP를 대체하는 지표가 아니라 시장경제 밖의 생산을 보완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5조6000억~6조달러는 GDP에 실제로 추가되는 금액이 아니라 무급 노동에 유급 노동자의 대체임금을 적용한 추정 시장가치다.
이번 자료는 경제활동을 시장 거래만으로 측정할 때 발생하는 통계적 공백을 보여준다. 다만 GAO는 보조적 육아를 포함할지 여부와 적용 임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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