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모델이 글로벌 기업의 개발자 플랫폼 토큰 사용량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다만 전체 지출에서는 미국 프런티어 모델이 여전히 앞섰다.
CNBC는 26일 오픈라우터(OpenRouter)와 버셀(Vercel)의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국 AI 모델의 기업 사용이 올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오픈라우터에서 중국 모델의 토큰 사용 비중은 2월 6~13%에서 9월 14일이 시작된 주간 57~67%로 상승했다. 버셀에서도 중국 모델 비중은 1월 11%에서 8월 55%로 높아졌다. (CNBC 원문)
오픈라우터는 여러 모델 제공업체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자 플랫폼이다. 해당 데이터에는 미국·유럽 기업과 중남미·아프리카·아시아 82개국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 기업의 사용량이 포함됐다. 버셀은 데이터의 지역별 구성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픈라우터 순위에서 9월 14일 시작 주간 딥시크(DeepSeek)의 요청 비중은 25.4%로 집계됐다. 글로벌 사우스 기업이 오픈라우터에서 사용한 토큰 가운데 중국 모델이 차지한 비중은 67%였다. (오픈라우터 사용량 자료)
중국 모델 확산의 배경으로는 가격과 성능이 제시됐다. 올해 중국 기업들은 딥시크와 Z.ai, 알리바바 등을 통해 코딩을 비롯한 AI 에이전트 작업에서 성능을 높인 모델을 잇달아 내놨다.
피터 워커(Peter Walker) 오픈라우터 인사이트 책임자는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2025년 말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고급 에이전트 작업, 특히 코딩 분야를 신뢰성 있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AI 기업 모델과 비교해 비용 효율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하프리트 아로라(Harpreet Arora) 버셀 에이전트 인프라 책임자는 “중국 모델은 훨씬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만큼 충분히 발전했다”며 “모델이 업무에 필요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면 가격 차이가 매력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은 더 복잡한 작업에는 여전히 미국 프런티어 모델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사용량과 매출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중국 모델은 처리한 토큰 규모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프런티어 모델은 전체 지출에서 앞섰다. 토큰 사용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중국 모델이 모든 작업에서 미국 모델을 대체했다는 뜻은 아니다.
본지는 앞서 중국 AI 모델의 오픈웨이트 확산과 사용량 증가를 보도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가중치가 공개돼 기업이나 개발자가 직접 내려받아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을 뜻하며, 클라우드 API를 통한 호출과는 비용 구조가 다를 수 있다.
워싱턴에서는 중국 AI 모델의 확산을 둘러싼 경계가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 산하 두 위원회는 중국 모델 사용 증가가 기술 경쟁과 국가안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AI 기업이 고성능 칩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 통제를 유지해 왔다. 동시에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한 엔비디아($NVDA) 칩 원격 접근 가능성과 기존 미국 모델의 능력을 모방하는 '증류' 방식도 우려하고 있다.
증류는 기존 모델의 응답과 능력을 학습해 새로운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미국이 칩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모델 개발과 활용 단계에서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워싱턴의 고민으로 제시됐다.
다니엘 렘러(Daniel Remler) 미국 신미국안보센터(CNAS) 기술·국가안보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중국 AI가 미국에 “실질적인 경제·안보 위험”을 안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AI 모델의 통합이 각국을 중국 기술권으로 끌어들여 지정학적 정렬로 굳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렘러는 동남아시아가 중국과의 경제·문화적 연계, 디지털 인프라 확대 때문에 중국 AI 모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오픈 모델을 찾는 기업과 정부가 중국 AI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주 회동에서도 AI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중국 모델의 글로벌 사용량 확대와 미국 모델의 지출 우위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AI 경쟁은 칩 확보뿐 아니라 가격·성능·개발자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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