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LK)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디지털 자산이 결합하는 경로로 자동 결제, 금융자산 토큰화, 컴퓨팅 자원 거래를 제시했다. 블랙록은 AI 시스템이 사람의 승인 없이 데이터·소프트웨어·API·컴퓨팅 자원을 거래하는 '기계 경제'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록은 22일 공개한 백서 '기계 네이티브 경제(The Machine-Native Economy)'에서 AI를 '기계 네이티브 지능', 디지털 자산을 '기계 네이티브 화폐'로 규정했다. 블록체인은 두 영역을 연결하는 결제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축은 AI 에이전트 간 자동 결제다. 백서는 x402 프로토콜과 Stripe·Tempo의 MPP, Stripe·OpenAI의 ACP를 관련 사례로 들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데이터나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소액 결제가 반복되는 기계 간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결제 권한의 범위, 거래 주체의 신원 확인, 분쟁 처리와 규제 준수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두 번째 축은 금융자산의 토큰화다. 실물자산(RWA)과 펀드 등 전통 금융상품을 블록체인에서 거래 가능한 형태로 바꾸면 AI 시스템이 스마트계약에 설정된 규칙에 따라 금융상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큰화가 금융 규제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상품별 접근 권한과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다.
세 번째 축은 컴퓨팅 자원의 거래와 금융화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GPU와 클라우드 용량을 가격·성능·지연시간·지역·가용성에 따라 비교하고, AI 에이전트가 적합한 자원을 선택한 뒤 결제하는 구상이다.
일정한 컴퓨팅 용량에 대한 권리를 디지털 계약으로 표시하면 이를 이전하거나 금융 조달, 담보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하드웨어별 성능과 공급 조건을 비교하려면 컴퓨팅 자원의 표준화와 성능 측정 방식이 필요하다.
블랙록은 2025년 조정 기준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11조달러(약 1경4916조원)를 넘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전통 결제망과 산정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미국·유럽·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 체계가 구체화되는 점도 백서가 제시한 배경이다. 규제 틀이 정비되면 자동 결제와 토큰화 금융상품을 둘러싼 제도적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지만, 백서는 이를 확정된 상용화 일정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분석은 AI와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투자 테마가 아니라 자동화된 상거래와 금융 인프라의 결합으로 다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블랙록은 8월 공개한 AI 경제 보고서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여행 정보를 찾고 예약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결제망으로 소액 결제를 처리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AI 인프라에 필요한 자금과 전력 수요를 둘러싼 논의는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AI 인프라 자금 조달과 장기 자본의 역할을 다룬 본지 보도는 금융자산과 실물 인프라를 연결하는 문제를 짚었다.
이번 백서는 여기에 AI 에이전트의 자동 결제와 컴퓨팅 자원 거래를 디지털 자산의 활용 범위로 더했다. 결제와 자원 거래가 실제 시장으로 확장되려면 금융상품의 권리 구조와 컴퓨팅 자원의 성능을 거래 가능한 기준으로 정리해야 한다.
블랙록이 제시한 세 영역은 상용화와 표준화 측면에서 추가 과제가 남아 있다. 자동 결제에는 권한·신원·분쟁 처리 체계가, 토큰화 자산에는 규제와 상호운용성이, 컴퓨팅 시장에는 표준화된 성능 측정과 공급 조건이 각각 과제로 남아 있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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