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문을 닫아도 고객과 직원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 계열사 SpaceXAI가 폐업한 스타트업의 고객·운영 기록을 사들여 그록(Grok)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Decrypt는 17일 SpaceXAI 내부에서 이미 문을 닫은 스타트업의 고객 기록과 운영 데이터를 매입하는 방안이 비공식적으로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관계자가 전한 내용으로, 실제 거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토 대상에는 고객 기록, 업무 문서, 운영 로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Decrypt는 업무 기록이 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 흐름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인공지능 학습 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상 스타트업의 이름과 데이터 규모, 매입 가격, 개인정보 비식별화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식별화는 데이터에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가공하는 절차지만, 그 자체로 모든 기밀성 문제가 해소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SpaceXAI는 엑스AI(xAI)가 스페이스X(SpaceX)에 편입된 뒤 만들어진 인공지능 사업 부문이다. 엑스AI는 17일 공식 발표에서 스페이스X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스페이스X 내부 정보를 그록 학습에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앞서 전해졌다. 스페이스X의 내부 지식을 그록에 학습시키려는 구상이 앞서 보도된 가운데, Fortune은 8월 14일 머스크가 회사가 보유한 정보의 총량을 바탕으로 그록을 학습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It will inherit your thoughts”라고 말했다고 Fortune은 전했다. 이 발언은 직원 업무 지식과 기업 내부 자료가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 자산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논의와 맞닿아 있다.
파산 기업의 데이터를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은 스피릿항공 데이터 경매를 통해 구체화됐다. 스피릿항공의 파산 절차 관련 법원 문서에는 구글이 8월 14일 열린 경매에서 비식별화 데이터를 1000만달러(약 137억원)에 낙찰받았고, Mercor가 750만달러(약 103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기재됐다.
매각 대상에는 약 1억건의 이메일과 5억건의 마이크로소프트 Teams 자료, 스프레드시트, 일정표, 운영·마케팅 자료 등이 포함됐다. 직원 기록과 급여·근무 관련 자료도 매각 대상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체적인 항목과 범위는 문서별로 차이가 있다.
비식별화만으로 직원 정보의 기밀성이 충분히 보장되는지를 두고 이견도 나왔다. 스피릿항공 승무원 노조인 Association of Flight Attendants-CWA는 법원에 제출한 이의제기에서 소비자 정보에 적용된 비식별화 기준이 직원 기록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승무원 교육 기록, 근무표, 급여 자료와 승무원 정보가 담긴 마이크로소프트 365 자료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추가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기업 자산으로 분류된 자료라도 개인의 업무·인사 정보가 포함되면 별도의 보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9월 3일 제출한 문서에서 노조의 이의제기가 비식별화 체계와 직원 기록 보호 사이의 구조적 공백을 지적했다고 정리했다. 데이터 매각의 최종 승인 여부와 실제 이전 범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xAI 이용약관은 이용자가 서비스에 입력·생성·게시한 콘텐츠와 관련한 회사의 사용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이 SpaceXAI의 제3자 데이터 매입에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Reddit 등 커뮤니티에서는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보다 당사자의 동의와 통제권을 둘러싼 반응이 엇갈렸다. Reddit에서는 파산 청산이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확보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의견과, 기업 업무 기록은 회사가 관리하는 시스템에 저장된 만큼 회사 자산으로 볼 수 있다는 반론이 함께 나왔다.
이번 논의는 데이터가 기업의 운영 자산인지, 데이터를 만든 개인의 권리와 별개로 이전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SpaceXAI의 논의와 스피릿항공 사례 모두 데이터의 출처, 이용 범위, 비식별화 절차가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가를 핵심 요소로 남았다.

김하린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