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괴 땅 사이에
바람 한 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고자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고자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빡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김남주, '돌멩이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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