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 5월 (현지시간)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비트코인은 투자 수단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설명회는 골드만삭스 최고 자산 운용 담당자가 진행해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는데요. 이와 달리 또 다른 메이저 투자은행 JP모건은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시기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원래 가치보다 약 25% 낮게 형성됐다”며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골드만삭스 “비트코인 포트폴리오 추가 대상 아냐”
골드만삭스는 설명회 전에 ‘미국의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 금, 비트코인을 위한 현재 정책의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골드만삭스의 행보에 주목했습니다. 해당 설명회는 골드만삭스 CIO(최고 자산 운용 담당자)인 샤르민 모사바르-라흐마니(Sharmin Mossavar-Rahmani)가 진행해 일반적인 콘퍼런스보다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명회 참여 고객 역시 순자산 규모가 큰 고객들이어서, 비트코인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거시적 관점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죠.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큰 규모의 가격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습니다. 주류 자산과 비교했을 때 비트코인은 불안정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비트코인이 슈퍼 양적완화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 거시 경제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형태가 고객들에게 적합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대상이 아니라고 내다봤습니다.
가상자산? ‘하드포크 클론, 폰지 사기, 튤립 버블보다 더한 버블’
설명회 도중에는 더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샤르민 CIO는 설명회 도중 “비트코인의 하드포크는 클론과 같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상위 6개 종목 가운데 비트코인과 그 클론(비트코인 캐시·비트코인에스브이) 2개가 포함돼 있다”며 가상자산이 희소성 있는 자산이 아님을 지적했습니다. 수량이 한정돼 있어 법정통화와는 달리 희소성을 가진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논리를 꼬집은 것입니다.
또한 공개한 자료의 세부 내용에는 폰지 사기와 랜섬웨어 등, 범죄에 이용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의 특성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스닥 버블과 튤립 버블을 비교하면서 비트코인 상승률은 과도함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나스닥 랠리는 버블 기간 동안 약 109% 상승했으며, 튤립 가격은 약 485% 올랐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약 2292%, 이더리움은 약 1만 4193%가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JP모건 “비트코인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
이와 달리 JP모건은 지난 5월 22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한계비용을 분석해보니, 실질적으로 1만 1500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이 JP모건의 분석이었습니다. 이는 JP모건이 보고서를 내놓은 시점의 비트코인 가격과 비교했을 때, 약 25% 저평가된 수치입니다.
JP모건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가치 대비 거래 비율(NVT) 건전성을 저평가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반감기 이후 거래량이 줄 것으로 염려했으나, 오히려 5월 평균을 약간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선물 포지션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미결제약정 증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결제약정이 늘어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의 미래 방향성에 확신을 가진다는 의미로, 좋은 뜻으로 풀이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JP모건 역시 이러한 요인에 플러스 점수를 주면서 비트코인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JP모건은 디지털화폐의 잠재적 영향력으로 인해 미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화폐의 영향으로 무역 결제 등을 포함한 통화 지배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JP모건은 만약 디지털화폐 이용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스위프트(SWIFT) 등 기존 국제 결제망의 제한에서 벗어나는 거래가 증가할 경우, 달러화의 세계적 지배력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JP모건은 지난 5월 12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한 제미니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자사 스테이블코인인 JPM 코인을 개발 중이기도 합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해 자사 스테이블코인 개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다만 JP모건과는 달리 구체적인 개발 현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스테이블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제외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미국 금융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두 투자은행의 상반된 견해 속에서, 과연 시장은 어떤 쪽의 손을 들어줄까요.
댓글 1개
cryptoworld
2020.06.16 07:25:23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