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의 3분의 1 이상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현물, 또는 파생상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문조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 초 사이에 진행됐으며 대상은 연기금, 패밀리오피스, 투자자문사, 헤지펀드 등을 포함한 774개 자산운용사들이었습니다.
이는 1년 전 22% 수준에서 오른 수치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중앙은행들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이전이기도 합니다.
이 설문조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가상자산이 꾸준히 신생 자산군으로 제도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선견지명을 가진 한두 명의 의견이 아니라 자산운용업계 전반적으로 불고 있는 트렌드인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 등장한 자산군이 가치저장 수단의 역할을 하게 되면 그 자산군 전체의 가치, 즉 시가총액이 빠르게 성장하게 됩니다. 그 좋은 실제 예가 금 ETF입니다.
세계 경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일부 액세서리를 제외한 금의 민간인 보유가 금지됩니다.
이 법은 40년 넘게 유지되어 오다가 1974년에 폐지되지만, 투자자산으로서 일반인들의 금 소유는 바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에 비하면 골드바를 투자자산으로 매입하고 보관하기가 까다로왔고 골드바 시장의 투명성 또한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2003년과 2004년 금 ETF가 호주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바뀝니다.
ETF라는 매개체를 통한 금 투자는 매매와 보관 모두 기존 증권과 같이 손쉽게 이루어지게 되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자산군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되었던 자금의 일부가 금 ETF를 통해 국제 금 시장으로 유입되었고 그 결과 금의 시가총액은 2004년 2조 달러에서 16년 사이에 4배가 넘는 9조 달러까지 성장하게 됩니다.
2020년 6월 현재 금은 1온스당 약 1,700달러(한화 약 20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만약 비트코인에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기존 주요 자산군에서 2%의 가치가 비트코인으로 이동한다는 가정을 하고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지금 수준에서 적게는 2배, 많게는 2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진 참조).
과거틀에 얽매인 사고방식을 고집하면 ‘어린아이 장난 같은 비트코인이 어떻게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위에 언급한 피델리티의 설문조사 결과와 금 ETF의 등장이 가져온 금 시가총액의 성장을 생각하면 지금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2004년 금 값이 온스당 400달러(한화 약 50만원)일 때 투자하는 것과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