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CO 투자자 감소 추세, 업계 "투자환경 개선해야"

ICO에 투자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블록체인 업계도 투자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사들은 ICO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리스크에 대한 돌파구로 다양한 투자금 확보 방식을 모색 중이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업체들이 ICO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존의 ICO 진행업체들의 사례를 통해 선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함이다.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기 이전부터 토큰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불특정 대중들에게 토큰을 판매할 경우 토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 개발보다는 마케팅과 홍보에 상당 부분을 지출하는 것 또한 부담요소다. ICO 펀딩에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늘면서 ICO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ICO를 진행하려던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ICO 대신 해외 기관 투자자 및 특정 판매자를 대상으로 자사 토큰을 파는 '프라이빗 세일' 방식으로 투자금 유치에 성공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메타디움 테크놀로지는 올해 초 프라이빗 세일로 3만8,000이더(모집 당시 기준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팬텀코인은 관련 해외 대형 투자기관들을 중심으로 프라이빗 프리 세일을 진행했으며, 6월 ‘마에스트로’ 프로젝트가 싱가포르 소재의 벤처 캐피탈 기관으로부터 약 20억원(4,000ETH) 상당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위한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위탁해 자금을 모집하는 거래소 공개(IEO; Initial Exchange Offering) 또한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젝트팀 입장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피할 수 있고 투자자는 거래소를 통해 신용을 보장 받을 수 있어 ICO보다 낫다는 평가다. 다만 IEO가 활성화될수록 거래소의 힘이 너무 커지고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유착이 심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으로 돌아간다는 우려도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ICO의 폐해를 통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다이코(DAICO)다. 다이코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의미하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와 ICO의 합성어로, 부테린이 설계한 자금 조달모델이다.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기존의 ICO에서 발생하는 자금 횡령, 사기 등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방식이다. 다이코는 블록체인 개발사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은 ICO와 같지만 거래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이더리움의 특성을 활용, 투자자가 투자금 사용현황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이코의 핵심 기능은 수도꼭지를 뜻하는 ‘탭(Tap)’ 메커니즘과 ‘리펀드(Refund)’ 메커니즘으로 나뉜다. 탭은 모인 자금을 한꺼번에 개발진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에 나눠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리펀드 기능은 ICO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투자금 환불’ 문제를 풀어냈다. 만일 프로젝트 진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투자자들은 남은 자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지난 22일 비트메인 우지한 대표는 ICO가 거품이며, 곧 사라질 일시적 유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CO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를 대체할 투자금 유치 방식이 다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