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레일’ 해킹 여파로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두 자릿수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이은 거래소 해킹 사건에 미국 시세조작 조사까지 겹친 결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을 견인하는 주요 코인의 ‘날개 없는 추락’ 충격은 시장 전반에 번졌다. 빗썸에 따르면 현재시각(오전 11시) 대장주 비트코인은 750만원 대에서 턱걸이 중이고, 이더리움(-8.3%), 비트코인캐시(-8.4%), 이오스(-14.9%), 이더리움클래식(-11.5%) 등도 동반 추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7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레일은 지난 10일 해킹 공격으로 펀디엑스, 엔퍼, 애스톤, 트론, 스톰 등 9종의 암호화폐 36억개를 탈취 당했다. 전체 피해 규모는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내 시세조작 조사가 진행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미국 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스푸핑’ 등 조작 행위가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 스푸핑은 실제 거래 의사 없이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대량 주문을 내놓는 행위를 말한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는 암호화폐 시세가 지속되는 위기 국면에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2,400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지난 1월 반토막이 난 후 이제는 사상 최고치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속되는 비트코인 하락세가 오히려 버블이 터지는 과정으로 장기로는 호재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특히 5월 들어 지지선이 900, 800, 700만원 대로 계속 무너진 것을 보면 비트코인의 상황이 대부분의 ‘버블’과 비슷하다는 관점이다.
『크립토애셋』 공동저자 잭 타타르는 지난 5월 “이 매도세는 암호화폐 폭락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며 “이는 알트코인들의 가치를 시험대에 올려놓아 궁극적으로 시장 성숙에 기여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암호화폐 시세조작 조사는 장기적으로는 건전하고 올바른 암호화폐 시장을 형성하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오히려 호재라는 의견 또한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 증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비트코인이 1만 달러 선을 훌쩍 넘으며 반등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규제는 암호화폐가 대중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주요 촉매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했다.
신예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