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오바마케어 보험거래소 가입 약 31만5000건을 취소했다. 대상 가입자는 76만명 이상이며, 정부는 선지급 보험료 세액공제 약 22억달러(약 3조원)를 환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22일(현지시간) 이번 조치가 소비자 동의 없이 이뤄진 ‘무단 가입’으로 판단된 사례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일부 가입자는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허위 정보로 등록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76만명 전원이 사기 가입자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실제로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스는 백악관 사기 근절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다.
이번 조치와 별도로 약 41만9000건의 가입은 추가 검증을 받는다. CMS는 소득과 시민권, 이민 신분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MS는 2026년 거래소 계약이 없는 신규 보험 대리인·브로커의 2027년 등록을 6개월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6년 1월 이후 규정 미준수 대리인·브로커 200명 이상에게 해지 통지서를 보냈고, 사회보장번호 등 핵심 정보가 빠진 신청과 관련해 569건의 해지 의향 통지도 발송했다.
CMS 자체 분석에서는 신규 등록 대리인·브로커를 통한 가입이 기존 등록자보다 소득 검증 미해결 가능성 2.8배, 사회보장번호 누락 가능성 2.7배, 시민권·이민 신분 검증 미해결 가능성 2.6배 높았다. 이 비교 수치는 CMS 자체 분석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오바마케어 보험료 선지급 세액공제(APTC) 관리에 취약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APTC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보험사에 먼저 지급한 뒤, 가입자의 소득과 세금 신고를 바탕으로 사후 정산하는 제도다.
GAO는 2024년 플랜 연도에 가짜 신원으로 만든 신청자 4명 전원이 보조금 지원 보험에 가입했고, 2025년에는 가짜 신청자 20명 가운데 18명이 가입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실험 결과는 전체 가입자에게 일반화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GAO는 2023년 플랜 연도 자료에서 사회보장번호를 제출한 가입자와 국세청 세금 자료를 대조한 결과, 210억달러(약 28조9000억원)가 넘는 APTC에 정산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이 곧바로 사기나 부당 지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실제로는 자격이 있었지만 정산 절차를 마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GAO는 오바마케어 전체 가입자 가운데 사기 가입자의 비중이나 CMS가 제시한 22억달러 환수 예상액을 검증하지는 않았다.
CMS의 2026년 공개가입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오바마케어 거래소 전체 플랜 선택·자동 재가입자는 2310만명이다. 이 가운데 2025년 CMS가 부적격 또는 무단 가입으로 판단해 보조금이나 보장을 종료한 사람은 HealthCare.gov 플랫폼에서 약 150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번 76만명과 일부 중복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기 가입의 보장을 취소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선별 기준과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시아 콕스(Cynthia Cox) KFF ACA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 겸 책임자는 사기 가입자의 보장 취소에는 동의하지만 76만명 모두가 실제로 사기 가입자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엘런 몬츠(Ellen Montz) 전 CMS 관계자는 사기 방지 조치는 필요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대상자 선정과 취소 절차의 세부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닐(Richard E. Neal)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보험료 상승과 행정 절차 강화에 이어 보장 자체를 빼앗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오바마케어 보험료 부담이 미국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흐름은 본지의 미국 생활비 정치와 중간선거 관련 보도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보험료 지원 제도의 부정 가입 단속과 보장 취소가 결합된 사례라는 점에서 가입자 보호 절차가 쟁점으로 남았다.
CMS는 2027년 플랜 연도 신규 등록 대리인·브로커에 대한 6개월 일시 중단과 추가 자격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환수액과 취소 대상자의 보장 공백 여부, 이의제기 절차는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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