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하지 못하면 겨울철 양국의 인프라 공격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수출 인프라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이번 겨울이 우리에게 매우 혹독할 수 있지만, 대응 차원에서 러시아에도 고통스러운 겨울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너지 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정유시설과 에너지·수출 인프라를 계속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논의의 핵심은 양국이 상대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 별도 합의를 마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러시아가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에너지·수출 인프라를 공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탄도미사일과 제트 추진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탄도미사일과 제트 추진 드론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발표는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휴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22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에너지 시설 상호 공격 중단 방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구체적인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약속을 지킬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에도 양국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이어졌다. AP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휴전은 전력망과 발전소, 정유시설 등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합의를 뜻한다. 이번 논의에서는 공격 대상의 범위와 적용 기간, 합의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함께 정해져야 한다.
유엔 산하 우크라이나 국제조사위원회는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2025~2026년 겨울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전력 설비와 송전선, 난방·가스 시설이 추가로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유엔 우크라이나 사무소는 에너지 시설 피해가 민간인 생활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력망과 난방시설 보호를 겨울철 안보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과 연료 관련 시설을 공격해 왔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대응해 왔다.
이 같은 공격은 군사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연료 공급과 전력 생산, 수출 인프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공격 중단 합의가 마련되더라도 어떤 시설을 에너지 인프라로 볼지에 따라 이행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생길 수 있다.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양국의 전쟁 수행 능력과 민간인의 겨울철 생활 여건에 동시에 영향을 준다. 다만 이번 협상과 관련해 국제 유가나 금융시장에 미친 확정적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수출 인프라가 공격 대상에 포함될 경우 연료 공급과 수출 흐름이 협상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러시아 디젤 수출이 수년래 저점권으로 줄어든 상황을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휴전에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공식 동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조건부 동의만으로는 양국 간 휴전이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우크라이나의 조건부 동의 의사와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합의문과 공격 중단 범위, 위반 여부를 검증할 절차가 공개돼야 협상의 실제 이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에너지 휴전 협상의 후속 결과와 러시아의 공식 입장 발표가 다음 확인 대상이다.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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