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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채권 ‘당일 결제’, 조달 비용도 줄였을까?…비트플래닛(Bitplanet), 하나은행 사례 분석

디지털 채권 ‘당일 결제’, 조달 비용도 줄였을까?…비트플래닛(Bitplanet), 하나은행 사례 분석/비트플래닛(Bitplanet)

국내 금융권의 디지털 채권 발행이 확대되면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가 외화 조달 방식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비트플래닛(Bitplanet) 리서치랩은 2026년 10월 7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하나은행의 유로클리어 디지털 금융시장 인프라(D-FMI) 활용 사례를 분석하고, ‘당일 결제’의 성과와 실제 조달 비용 절감 여부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9월 18일 D-FMI에서 1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변동금리부 채권(FRN)을 발행했다. 국내 은행 가운데 이 플랫폼에 합류한 첫 사례다. 채권 배분과 대금 정산을 거래 당일 완료하는 ‘T+0’ 방식을 적용해, 기존 외화채 발행에서 통상 3~5영업일 걸리던 결제 대기 시간을 줄였다.

D-FMI의 핵심은 분산원장 기술과 기존 금융시장 결제망의 연결이다. 플랫폼에서 처음부터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는 국제 채권은 ‘디지털 네이티브 노트(DNN)’로 불린다. 발행대리인이 승인하면 채권 인도와 달러화·유로화 등 대금 지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증권대금동시결제(DvP)가 작동한다. 발행 이후 유통시장의 매매는 기존 유로클리어 결제망에서 처리된다.

디지털 채권 도입을 위해 투자자가 별도 거래 환경을 갖출 필요도 줄였다. 하나은행은 기존 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중기채(GMTN)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디지털 발행 조건에 맞춰 계약 일부를 수정했다. GMTN은 발행 한도와 기본 조건을 미리 정해두고 필요에 따라 만기와 금리를 조정해 채권을 발행하는 체계다. 투자자는 기존 유로클리어 계좌와 매매 단말기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D-FMI의 발행 주체도 넓어지고 있다. 보고서가 정리한 공개 사례에서는 2023~2024년 세계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공공 금융기관이 초기 활용을 이끌었다. 2025년부터는 일반 시중은행의 참여가 본격화했다. 디지털 채권이 공공 부문의 선도적 발행을 넘어 은행권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흐름이다.

다만 하나은행의 성과를 국내 은행 최초의 블록체인 외화채 발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KB국민은행이 앞서 2026년 6월 홍콩에서 1억 달러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외화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제시한 ‘국내 최초’의 범위는 D-FMI 활용과 국내 외화채 발행의 당일 결제 구현에 있다.

국내 기관의 해외 발행 경로는 HSBC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 ‘오리온’과 유로클리어 D-FMI를 중심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주택금융공사, KB국민은행은 홍콩에서 오리온을 이용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주택금융공사는 결제 기간을 기존 5영업일에서 3영업일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다만 기관별 결제 기간 산정 기준이 달라, 이 수치와 하나은행의 T+0만으로 플랫폼의 우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발행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검토 요소다. 보고서에 소개된 홍콩금융관리국의 디지털 채권 보조금 제도는 적격 발행 비용의 50%를 건당 최대 125만 홍콩달러까지 지원한다. 발행 규모 10억 홍콩달러 이상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하면 한도는 250만 홍콩달러로 높아진다. KB국민은행과 주택금융공사는 보조금을 통한 비용 절감을 기대했지만, 보고서는 이를 홍콩 시장 선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디지털 채권의 경제성은 별도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남았다. 하나은행과 관련 금융기관의 보도자료에는 세부 발행 금리와 수수료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일반 외화채보다 유리하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비교를 위해서는 동일 발행사가 비슷한 시기에 발행한 동일 만기 일반 채권의 가산금리와 총발행비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후속 발행의 지속 여부와 참여 기관 증가, 유통시장 유동성도 정례적인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는지를 가늠할 지표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디지털 채권의 가치를 평가할 때 자금 확보 시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비 대금과 인프라 구축비를 먼저 지급해야 하는 기업은 발행대금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짧아지면 자금 운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일 결제를 실제 투자금 지급 일정과 연결하고, 결제 대기 중 필요한 단기차입이나 예비자금 유지 비용까지 비교해야 D-FMI가 기업의 조달 구조에 가져오는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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