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헌재 선고 앞두고 정치 테마주 '들썩'…실적보다 '이름값'에 쏠린 증시

헌재 선고 앞두고 정치 테마주 '들썩'…실적보다 '이름값'에 쏠린 증시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4일 오전, 국내 증시는 또 다시 '정치 테마주' 열풍에 휩싸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 대통령은 물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이 언급된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전 9시31분 기준, 상지건설은 전일 대비 1,600원(29.96%) 급등한 6,94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지건설은 이재명 대표 캠프에 참여한 인사가 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분류된다. 오리엔트정공도 1,280원(8.24%) 오른 16,280원에 거래됐다. 이 대표가 청소년 시절 근무했던 오리엔트시계의 계열사로, 대선 출마 당시 배경으로 이 회사를 언급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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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형지글로벌(15.24%), 오리엔트바이오(9.43%), 동신건설(7.17%), 코나아이(7.09%), 형지I&C(5.77%), 형지엘리트(5.30%), 소프트캠프(2.36%)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형지그룹 계열사는 과거 무상교복 정책 수혜주로 거론되며 이 대표와의 정책 연관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테마주로 분류된 NE능률 역시 120원(2.40%) 오른 1,520원에 거래되고 있다. NE능률은 모회사인 hy(에치와이)의 윤호중 회장이 윤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 종친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다. 이와 함께 아이크래프트(6.20%), 원익큐브(2.94%), 덕성(4.13%) 등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여야 유력 정치인 관련 종목들도 동반 급등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테마주로 알려진 평화홀딩스는 1.05% 오른 7,730원을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관련주 안랩(0.64%), 써니전자(1.70%)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 대상홀딩스(2.63%), 태양금속(1.71%)도 강세다. 우원식 국회의장 관련주 코오롱모빌리티그룹(3.18%), 코오롱모빌리티그룹우(3.39%),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주 진양산업(5.19%), 진양화학(5.71%) 등도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실적이나 기업 가치보다 정치인 이름 하나로 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테마주 투기”라고 평가한다. 유튜브 영상, 커뮤니티 찌라시 등에서 정치인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기만 해도 매수세가 몰리며, 상한가를 찍은 뒤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도 정치 테마주는 선거 시점을 전후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형지글로벌, 에이텍, 우리기술, 정상제이엘에스 등은 과거 선거철마다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선거가 끝난 후에는 실적 부진과 함께 급락하거나 거래정지로 이어진 바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오늘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진행한다. 이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로 기록된다. 선고는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되고, 기각이나 각하될 경우 직무에 복귀한다. 헌법재판은 단심제로, 별도의 항소 절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