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 논의에 한국시간 27일 오후 3시45분 기준 1%대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6달러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1달러대에서 거래됐다.
로이터는 브렌트유 선물이 1.07달러(1.2%) 내린 배럴당 86.77달러, WTI 선물이 1.13달러(1.4%) 하락한 배럴당 81.10달러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브렌트유는 4거래일째, WTI는 5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외교 접촉이 있다. 카타르는 직접 협상 당사자라기보다 중재자 역할에 가깝고, 실제 항로 논의의 축은 오만과 이란으로 정리된다.
카타르 외무부는 25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사니(Mohammed bin Abdulrahman bin Jassim Al Thani)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 압바스 아락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의 통화에서 오만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임시 공동 항로와 지뢰 제거 프로젝트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해상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해법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오만과 이란도 같은 날 테헤란 회담에서 단계적 틀을 논의했다. 임시 항로 설치와 해협 지뢰 제거가 핵심 의제였고, 향후 항로 운영과 정보 공유, 교통 관리, 항행·안보 서비스 제공 방식은 추가 협상 대상으로 남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로이터는 전쟁 전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석유·가스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 이동했고, 이후 물동량은 전쟁 전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는 원유 가격과 해상 물류 비용을 통해 파급될 수 있는 사안이다. 선박 통항이 줄면 정유사 조달 비용과 운임 부담이 커지고, 이는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협상 기대 속에 브렌트유가 5.3% 하락해 79.36달러로 마감한 흐름을 보도했다. 당시에도 협상 기대가 가격에 먼저 반영됐지만 실제 선박 운항 정상화는 별도 확인이 필요한 지표로 제시됐다.
다만 협상 기대만으로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27일 새벽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미상의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났고 이후 진화됐다고 밝혔다. 선원은 모두 무사했고 환경 피해 보고는 없었다.
미국의 압박도 병행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4일 이란을 겨냥한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란의 석유 밀수, 제재 회피, 금융 연결망을 겨냥한다고 밝혔고 디지털자산·기술·금·항공·해운 분야로 2차 제재 위험을 넓히는 조치도 포함했다.
이번 제재 확대도 이란의 해상 물류와 금융 연결망을 동시에 압박하는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시장 해석은 엇갈린다. 대니얼 하인스(Daniel Hynes) ANZ 선임 원자재 전략가는 27일 노트에서 “진행 중인 협상 속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이 개선되면서 원유가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석유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남아 있다고 봤다.
프리얀카 사치데바(Priyanka Sachdeva) 필립노바 시장 인사이트 책임자는 이란 핵 문제가 빠르게 풀리기 어렵고,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지렛대가 된다고 짚었다. 그는 “공급 리스크가 남아 있는 한 일정 수준의 전쟁 프리미엄은 유가에 계속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가 하락은 협상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동시에 선박 피격, 이란의 통항 조건, 미국의 제재 확대가 같은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어 원유 시장은 호르무즈 관련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협상은 임시 항로와 지뢰 제거 논의 단계다. 항로 운영 방식과 정보 공유, 교통 관리 체계는 추가 협상 대상으로 남아 있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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