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9월 30일 한때 8만5500달러를 넘었지만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8만3700달러 안팎으로 밀렸다. 미국 물가 둔화보다 채권금리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기대가 가격 흐름에 더 크게 반영됐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은 3.0%로 시장 예상치인 3.3%를 밑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PCE 0.3%, 근원 PCE 0.2%로 집계됐고, 전년 대비 PCE 예상치는 3.7%였다.
PCE 물가는 미국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근원 PCE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확인하는 데 쓰이며, Fed가 통화정책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10월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완화됐다. 댄 쿠스(Dan Kusse) LVRG Research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인데스크(CoinDesk)에 보낸 이메일에서 “8월 PCE 보고서가 예상보다 큰 폭의 물가 둔화를 보여 10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쿠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채권금리 하락과 위험자산 선호 회복에 힘입어 8만5000달러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 발표 직후 나타난 금리 하락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9월 30일 10년물 국채금리는 5.29%, 30년물은 5.64%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장중 5.20%까지 내렸다가 5.27% 수준으로 반등했고, 30년물 금리도 5.54%에서 5.63%까지 올랐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비트코인의 상대적인 보유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채권에서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높아질수록 현금흐름이 없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코인데스크는 10년물 금리가 5.3%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완화적인 물가 지표만으로 비트코인이 8만5000달러 위에서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가격 움직임은 물가 수준 자체보다 물가 지표가 채권금리와 Fed 정책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시장에 반영된 사례로 해석됐다.
주요 가상자산의 흐름은 엇갈렸다. 하이퍼리퀴드(HYPE)는 약 3%, 도지코인(DOGE)은 약 2% 올랐지만 솔라나(SOL)는 약 1% 하락했다. 이더리움(ETH), 바이낸스코인(BNB), 트론(TRX), 지캐시(ZEC)는 1% 미만 상승했고 리플(XRP)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비트코인의 거시 변수 민감도는 앞서 PCE 물가 발표 때도 확인됐다. 미국 8월 PCE 물가가 예상치를 밑돌며 비트코인이 반등했다는 본지 보도에서도 물가 둔화와 국채금리 움직임이 함께 가격에 반영된 흐름이 다뤄졌다.
시장에서는 통상 물가 둔화가 금리 부담을 낮추는 재료로 받아들여지지만,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해석할 때 단일 물가 수치만 보는 대신 금리와 정책 기대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금리는 채권의 기대수익률과 다른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특히 장기금리는 향후 물가와 재정, 경기 전망이 반영되는 영역이어서 단기 정책금리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미국 PCE 물가와 미 국채금리는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거시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물가가 예상보다 둔화해도 장기금리가 다시 오르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향후 비트코인 흐름을 확인하려면 추가 물가 지표와 국제유가, 장기 국채금리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 확인된 가격 흐름은 8만5500달러 돌파 뒤 8만3700달러 안팎으로 조정받은 상태다.


서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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