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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사계절

2024.09.19 23:16:20

불가에서는 劫(겁)을,

 

백 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옷자락이

사방 사십 리의 바위를 닳아 없애거나,

천 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만 한 바위를 뚫거나,

사방 사십 리의 鐵城(철성)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백 년에 한 알씩 꺼내

다 비워 질때까지의 시간으로 본다는데,

 

오후 내내

연못을 어지럽히던 고추잠자리

겁을 다 헤아렸다는 듯,

팔을 베개 삼은 나의 머리 위로

지친 척 내려 앉는다

 

아, 이것은 또

몇 겁의

거부할 수 없는 인연인가

 

- 김부조,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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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rB
  • 2024.09.20 00:0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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