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인 지난 6월 28일이었습니다. 이날은 최근 몇 년간 시장 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가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BTC)의 아성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날이었습니다. 이날 테더의 하루 거래규모는 2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19억 달러에 그친 비트코인 거래규모를 앞질렀습니다.
비트코인 거래대금 추격하는 테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가 꾸준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처럼 단일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비트코인을 넘어선다는 건 하나의 사건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테더와 비트코인의 거래규모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실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분석업체인 메사리(Messari)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중 테더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4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비트코인과는 불과 1억 달러 안팎의 차이만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시가총액 면에서는 비트코인에 여전히 범접하기 어렵습니다. 테더의 시가총액이 커졌다고 하지만 100억 달러 정도에 머물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무려 1,72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전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62%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규모입니다.
다만 토큰 1개당 1미국달러의 예치금을 쌓아 토큰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테더의 특성 때문에 굳이 시가총액 차원에서 비트코인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해 보이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거래규모가 비트코인을 앞지른다는 게 훨씬 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반감기와 코로나19 수혜
그렇다면 테더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올해 있었던 두 가지 큰 이벤트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비트코인의 반감기였고, 또 다른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테더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습니다. 그 때문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의 변동성이 커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엔 투자자들이 더 많이 찾는 투자상품이 됩니다. 포트폴리오 내에 투자비중을 늘리면 수익률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영향이 크진 않았지만, 비트코인 반감기를 전후한 올 2~4월 중에 비트코인 가격의 급변동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커졌고 불안한 투자자들은 미국달러에 몰렸습니다. 이 모든 게 미국달러에 연동돼 안정적인 가격 변동을 기대할 수 있는 테더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BTC 성장에 연계, 네트워크 효과 강화가 숙제
실제 유명 가상자산(암호화폐) 애널리스트 필브필브(Filbfilb)의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과 테더 시가총액 사이에는 0.8에 이르는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둘 사이의 상관계수가 1이면 100% 연동한다는 뜻이니 비트코인과 테더 간의 관련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테더는 그동안 달러 예치에 대한 불신과 시세조작 의혹 등 우여곡절을 딛고 명실상부한 대표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토큰 하나당 1달러씩을 예치하고 있다는 걸 믿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테더 하나의 가치는 대체로 1달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실제 하락할 때마다 이내 원래 가치를 회복하는 모습을 통해 달러화와의 태환을 통한 차익거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최근엔 1,000만 달러 이상을 거래하는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직접 입출금 서비스와 신탁거래를 제공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테더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은 미국 달러화 하나에만 연동되는 상황입니다. 보다 큰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실물경제에 대규모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통화와 연계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런 과제만 해결한다면 테더가 이더리움을 따라잡아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설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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