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제상업거래소(ICE)와 함께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한지도 벌써 2년 반 가까이 지나면서 비트코인 선물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친숙한 투자상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늘어나는 비트코인 거래, 살아나는 시장 에너지
실제 지난 2017년 12월 첫 상장 당시만 해도 거래량 부진에 시달렸던 비트코인 선물은 최근 거래량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2분기에 가격 반등 기대감으로 하루 평균 1만 710계약까지 늘어났던 CME에서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5570계약, 4820계약으로 급감했다가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1분기에는 다시 9430계약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는 4만 7130 비트코인(BTC)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통상 선물 거래는 시장 내 에너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선물시장에서는 단순히 가격이 오르고 내릴 것에 대비해 선물을 사거나 파는 투기거래자가 있습니다.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물가격 하락에 대비해 선물을 매도하는 헤지거래자도 있고요. 아울러 현물과 선물 사이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위험이 없는 투자 수익을 얻으려는 재정거래자도 있습니다. 즉, 기초자산 가격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이 모든 유형의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선물 거래량은 시장 에너지 또는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반감기 앞두고 비트코인 선물 콘탱고로
상승 쪽으로 향하는 힘이 크진 않지만 최근 들어 낮아진 채굴원가와 임박한 반감기 등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이 7000달러 수준을 다시 회복하자 추가 상승을 노리는 쪽과 재하락을 예상하는 쪽 등이 첨예하고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건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콘탱고(contango) 상황입니다. 흔히 `정상시장`이라 불리는 콘탱고는 현물보다 선물 가격이 더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론상 선물은 `미래 약속한 시점에 약속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기로 한 계약`이다 보니 이자비용이나 보관비용 등이 더해져 현물보다 가격이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아울러 선물계약의 만기가 길면 길수록 역시 가격이 더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현재 4월에 만기가 되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비트코인 현물보다 400달러 정도 더 비쌉니다. 다음 달 비트코인 선물이 만기가 되는 시점에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지금보다는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물 가격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선물 중에서도 4월물 가격은 7575달러인데 반해 5월물은 7670달러, 6월물은 7680달러를 각각 기록하고 있습니다. 4월보다는 5월, 5월보다는 6월이면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데요, 이는 전형적인 콘탱고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고조, 가격발견기능 작동?
이렇게 콘탱고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일정 기간 이상 기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단 높은 선물 가격이 투기거래자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상승에 따른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이에 매수를 더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비트코인 현물 보유에 따른 선물 매도 헤지를 줄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선물을 매도하고, 가격이 싼 현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를 유발해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강세장에 대한 기대가 다시 솔솔 제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비트멕스(BitMEX)의 아서 헤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9월과 2월 선물 가격이 콘탱고 상태에 있다"며 "강세장(bull market)은 진짜다"라고 썼습니다. 물론 콘탱고 상태라고 해서 기초자산 가격이 늘 상승하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시장 기대가 그런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선물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에 한 번 기대를 걸어볼까요.
댓글 1개
NCWT
2020.05.05 12:53:05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