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자금모집(ICO)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소위 '기관투자자'로 불리는 크립토펀드는 하락장에도 적잖은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투자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암호화폐 TTC 약 3000만개와 루나 200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로 환산하면 TTC(개당 72원)는 약 28억원, 루나(개당 1450원)는 약 300억원 규모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두 암호화폐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루나의 발행사인 테라는 두나무앤파트너스를 비롯해 해시드, 중국계 거래사이트 바이낸스의 자회사 바이낸스랩, 오케이엑스, 후오비캐피탈, 네오플라이 등 10여곳에서 총 3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각사의 구체적인 루나 매입량과 개당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업비트가 "현재 보유한 루나 가치 300억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밝힌 만큼, 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루나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달 26일 약 1500원의 가격에 루나를 상장시킨 바 있다. 업비트 투자자는 두나무의 매입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루나를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개발사가 크립토펀드에 코인을 낮은 가격에 대량 판매하는 이유는 유명 크립토펀드로부터 투자 유치가 호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대형 크립토펀드가 거래사이트 판매 시세의 절반 정도 가격에 코인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크립토펀드가 투자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코인 투자시장에서는 큰 호재로 받아들인다"면서 "일부 크립토펀드는 이같은 시장 상황을 활용해 특정 거래사이트와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고 투자 코인을 상장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금융투자시장과 달리 코인시장에선 크립토펀드와 개발사, 거래사이트가 담합해도 이를 규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개발사 A사가 유명 크립토펀드 B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알리고 B사와 유착관계에 있는 거래사이트 C사에 A사 코인을 상장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3사가 코인을 매도해도 일반투자자는 확인할 길이 없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증권에 해당되지 않아, 자본시장법으로 들여다볼 수 없어 발행업체와 펀드, 거래사이트가 담합을 해도 이를 규명하고 징계할 장치가 없다"면서 "유명 크립토펀드의 투자사실이 단기호재가 될 수 있어도 펀드 물량의 매도 여부와 시기 등은 확인하기 어려우니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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