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짝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 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너머 그대와 닮은사람 하나 찾을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 이 정 하 ...................................
댓글 2개
juicek
2019.05.26 10:21:38
좋은 글 감사
빼아사
2019.05.26 06:14:54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