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설계된 툴과 프로토콜 수준의 솔루션을 사용하면 소규모 회사들도 동일한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예산 없이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으로 현대나 CJ 같은 대기업을 중소기업이 누르고 올라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프레이트 네트워크(FR8 Network)의 CEO 슬론 브레이크빌(Sloane Brakeville)의 발언이다.
프레이트 네트워크는 물류 유통업계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업계의 과도한 서류 작업, 이메일, 전화 등의 비효율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공급망의 혁신을 도모한다.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공유로 공급체인 전 과정을 추적하면서 저렴한 배송비로 고객에게 혜택을 안겨줄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프레이트 네트워크의 슬론 브레이크빌 CEO를 블록체인 전문미디어 토큰포스트가 만났다. 인터뷰 전체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Q. 현재 물류 유통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오늘날 물류 유통 산업은 분열된 형태로, 미국의 경우 대부분이 소규모 회사입니다. 화물 운송 사업체의 약 90%가 6대 이하의 트럭으로 운영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찾기 위해선 운영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개업자가 필요하고, 업체들 간 소통은 단절돼 있습니다. 한 업체에서 다른 업체로 물건을 옮기거나 배, 기차 등 운송 체계를 바꿀 경우 관련 정보를 일관되게 제공하지 않아요.
따라서 서류 작업, 이메일, 전화 등의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어느 체계가 옳은 정보를 제공하는지 확실치 않으니까요. 이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은 막대한 수치입니다. 서류 업무 의존 비율이 높아 여기에만 해외 배송비 중 20%가 소모됩니다. 해외 배송비가 1천 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200달러 정도는 서류 처리 비용이죠.
Q. 블록체인 기술로 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 컨트랙트는 사업의 특정 부분을 자동화합니다. 첫 단계는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것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쉽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공공 관리하는 이념으로 개발됐으니까요.
많은 유통업자들이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블록에 저장하길 망설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API를 활용하면 수동 전화 응대가 30% 줄어든다” 등의 이점을 이해시키면 가능합니다. 결국 마진율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블록체인의 효율성이 비용을 절감할 수만 있다면 대규모 도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Q. 물류 유통 사업은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로 데이터를 개방하는 움직임이 일어날까요?
확답은 어렵지만, IBM과 머스크 라인의 파트너십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까지는 개방적인 입장인 것 같아요. 대기업들이 효율성 증진을 위해 블록체인을 고려 중인 것까지는 파악되지만, 이들이 프라이빗, 컨소시엄 형태의 블록체인을 유지하며 확장해나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 같아요. 물류 유통을 위한 프로토콜과 툴 개발이 큰 영향력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해요. 블록체인이 분산돼 있는 미국 화물 산업군을 불러모을 겁니다. 소비자 또한 비용 절감이 피부로 와닿게 돼 운송 산업계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소비자가 누리게 될 비용적 이익이 궁금합니다.
현재 미국 화물 운송 시장 문제점에 빗대 설명하겠습니다. 화물 운송량 충족을 위해 약 5~10만 명의 운전기사가 더 필요한 상황으로, 이러한 조건하에 운전기사들은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상품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합니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자동화와 정보 공유가 전제된 효율적인 사업 모델이 등장해 결론적으로 화물 운송비가 줄어들 겁니다. 아마존은 이미 선물 제도, 배송 관련 콜센터 등 많은 발전을 거듭했죠. 상품 배송 과정을 변화시키고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가져올 변화를 그려본다면, 어느 업체에서 주문을 하든 아마존이 제공하는 것과 동급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Q. 플랫폼에 토큰화 도입 계획이 있나요?
완벽한 탈중앙화를 위한 계획은 세워놨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선 확장성에 제한이 있습니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 중이지만, 해당 블록체인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파악하고 변화해나가야 합니다.
먼저 API와 서비스 레이어 솔루션을 제공한 후 토큰이 쓰이는 탈중앙화 구조로 바꿀 계획입니다. 토큰의 사용 용도는 다양하고, 예를 들어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데도 쓸 수 있죠. 트럭 기사의 경우 소비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제공하는 데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면에서 인센티브를 느끼지 못할 수 있어요. 토큰을 사용할 경우 미약하게나마 인센티브 부여가 가능하죠. 운전기사의 데이터에 비용을 지불하는 용도로 토큰이 쓰인다면 운송 업계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의 좋은 예가 될 겁니다.
사실 토큰은 디지털 자산일 뿐이고, 사용처는 설계자의 창의력에 달려 있어요. 방금 설명한 트럭 기사의 예뿐만 아니라 FR8 네트워크는 서비스 할인 형태로 토큰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FR8 생태계는 운전기사와 운송업체가 블록체인에서 직접 계약을 가능케 하는데, 그 비용을 토큰을 통한 할인 제도를 입혀 제공합니다. FR8 서비스 월 이용료가 15달러라고 가정하고, 100개 정도의 토큰을 스테이크할 경우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Q.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떤 마케팅 전략을 활용할 계획인가요?
일반인은 대기업의 이름값과 유통량 뒤에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연관돼 있는지 모릅니다. 페덱스(Fedex)의 경우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생태계의 실질적인 참여자 수는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전 세계 어디든 FR8 네트워크와 생태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중소기업에게 양질의 서비스와 기술, 자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대기업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죠.
페덱스를 통해 소포를 보낼 경우 운송장 번호를 입력하면 물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아무나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트럭 2대만 보유한 소규모 기업은 서비스가 요구하는 IT 예산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죠.
블록체인 기술로 설계된 툴과 프로토콜 수준의 솔루션을 사용하면 소규모 회사들도 동일한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예산 없이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으로 현대나 CJ 같은 대기업을 중소기업이 누르고 올라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Q. 최우선 공략 시장이 궁금합니다.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을 선호합니다. 저와 FR8의 공동설립자 모두가 미국에서 태어났고 자랐어요. 이미 미국에서 운송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프로토콜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각국의 시장에 적합하게, 그리고 손쉽게 적용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이 과정을 간소화하고자 오픈소스적 요소를 최대한 포함했습니다.
차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