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문 인력을 활용해 암호화폐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북한 사회에서도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DB 산업은행 한반도신경제센터 김민관 부부장은 27일 '북한의 가상통화 이용 현황' 보고서에서 "북한의 전문 인력들이 암호화폐 개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사업 개발도 시도하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는 10월에는 평양에서 북한 주최의 블록체인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조선엑스포'는 가격정보를 수집·차트화하여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솔루션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암호화폐 채굴에도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이 대규모로 비트코인 채굴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올리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익명성 보장 기능이 강력하고 전문 채굴기가 아닌 일반 중앙처리장치(CPU)로도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암호화폐인 모네로의 채굴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네로는 2014년 개발된 암호화폐로 거래 내용을 숨길 수 있는 등 익명성이 높아 범죄자들 사이에서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관광객 모집용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 '고려투어'는 올해 만우절 공지에서 자신들이 '고려코인'을 개발하고 ICO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려투어는 고려코인 1개의 가치는 북한 돈으로 8,888원이며, 외국인들이 개성 인삼과 대동강 맥주 등을 고려코인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투어는 보도자료 말미에 “보도자료의 날짜를 확인하기 바란다(to check the date of this press release too)”고 했다. 이날은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가짜 뉴스였던 셈이다.
이 해프닝은 북한 내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이 알려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북한이 암호화폐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암호화폐 채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평양에서는 비트코인을 받는 음식점이나 술집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월 평양을 방문한 미국 관광객은 자신의 비트코인으로 북한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송금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트코인 사용처를 수집·공개하는 '코인맵(Coin-Map)'에 따르면 비트코인 수납 식당이 평양에 4곳, 원산에 1곳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력 부족, 고성능 컴퓨터 미보급, 인터넷 인프라 미비 등으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 확대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인터넷 접속을 일부 계층이 독점하는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시스템에 기반한 암호화폐의 발전은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일반인 사이에선 암호화폐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최근 입국한 탈북자 인터뷰 결과 모든 응답자가 북한 암호화폐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했다.
이동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