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민간 금융산업을 넘어 각국의 금융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이미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했고, 중국, 러시아, 영국 정부도 최근 암호화폐 발행을 검토 중이다.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러시아는 작년 10월부터 자체 디지털 화폐인 ‘크립토루블(Cryptoruble)’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암호화폐가 공식 통화를 대체할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는 게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랬던 러시아가 자체 암호화폐를 추진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행보다.
중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암호화폐에 고강도 규제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 정부는 최근 공영 디지털 화폐를 출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저우 샤오촨 중국인민은행(PBOC) 전 총재는 지난 3월 초 한 컨퍼런스에서 “공영 디지털 화폐 개발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디지털 통화와 기존 통화가 조화롭게 공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 또한 정부 자체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5일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자체 암호화폐 발행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각국 정부가 먼저 나서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려는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 ‘민간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미국 이커머스 사이트 ‘오버스톡’ 대표 패트릭 번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법정화폐는 계속 몰락해 나갈 것”이라며 “법정화폐가 몰락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결국 기축통화 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민간 암호화폐에 위협을 느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또 지난 1월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암호화폐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시카리 총재의 언급은 오히려 암호화폐에 위협받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강조하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암호화폐는 높은 보안성 등에 힘입어 5~10년 이후 기축통화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위와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한편, 국가가 발행해 결국 기술만 덧입힌 ‘중앙화 암호화폐’가 만들어지면 탈중앙화, 익명성, 개방성을 표방하는 암호화폐의 본래 취지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김도원 KISA 취약점분석팀장은 "블록체인의 본 목적은 불특정 다수의 제한 없는 참여에 있다”며 “보안성을 위해 중앙기관을 등장시키는 것은 블록체인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신예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