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암호화폐를 제도권 속으로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암호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 형태인 암호화폐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에 해당돼 몰수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30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안모(34)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함께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비트코인을 몰수하고 6억9,587만원을 추징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1심 재판부는 “물리적 형태가 없는 전자파일의 일종인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로 인정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이 몰수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파일 형태로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몰수 결정을 내렸다.
30일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유지하며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제도적 정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암호화폐가 법적 테두리 안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일각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대법원은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을지를 판결한 것 뿐”이라며 “암호화폐 및 거래소 제도화와 관련된 정부 입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안씨는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122만여명의 회원을 모집,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7억여원에 달하는 현금수익과 비트코인 216.12개(현재 시가 약 18억원)를 확보했다.
신예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