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암호화폐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감독원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해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이 있다”며 “과도한 금융감독 집행이 창의적인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그동안 혼란을 겪어 온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윤 원장의 견해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추가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전임자인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일관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부 입장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최 전 원장은 "암호화폐는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당시 발언에 분노한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최 전 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두 달 뒤인 지난 2월 태도를 바꿔 "암호화폐의 정상적인 거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시중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지원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혼란을 더했다.
이번에 윤 원장이 금감원 신임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일부에서는 암호화폐 정책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일고 있다. 새로 취임한 윤 원장은 암호화폐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에도 윤 원장은 거래소 폐쇄 같은 극단적 조치를 지양하고 명확한 규제를 제시해 시장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윤 원장은 "거래소를 강제로 폐쇄하면 미충족된 투자, 투기 수요를 감당할 방법은 무엇이겠냐"며 "현 정부는 가상통화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가격 급등락에 비춰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금융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등 미래의 기술 발전은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서 윤 원장은 암호화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일차적으로 금융 감독에서 다룰 이슈는 아니다"라면서도 "좀 더 공부를 하고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과열 상황을 억제하는 선에서 시장 활성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윤 원장의 시각은 향후 암호화폐 정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된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